사회 사회일반

'노동이사' 노조간부 출신 자리 나눠먹기 되나

서울교통공사 2기노동이사 투표

후보3명 모두 양대노조 간부 이력

"노조 세몰이·이익 이용"불만에

서울시 산하기관 '권한확대' 주저

"노사협조문화가 우선 과제" 지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소식지. 좌측 하단에 ‘노동조합 노동이사 추천 후보 공모에 권오훈, 이재복 조합원이 등록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노조의 공식 추천 후보로 결정돼 현재 공사의 노동이사 후보로 등록했다.    /독자 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소식지. 좌측 하단에 ‘노동조합 노동이사 추천 후보 공모에 권오훈, 이재복 조합원이 등록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노조의 공식 추천 후보로 결정돼 현재 공사의 노동이사 후보로 등록했다. /독자 제공






서울교통공사의 두 번째 노동이사를 뽑는 선거가 노동조합 간 세몰이 양상으로 치러지고 있다. 후보자들의 이력도 전직 노조 간부 일색이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기업·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노동이사제가 노조 간부 출신들이 새로운 ‘감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4일부터 오는 7일까지 2기 노동이사 선출을 위한 근로자 투표를 치른다. 후보는 총 세 명으로 최재형·이재복·권오훈씨가 출마했으며 이 중 2명이 선출된다. 임기는 3년이다.

후보 모두 노조 고위간부 이력을 갖고 있다. 공사의 노조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의 서울교통공사노조(1노조)와 한국노총 공공노조연맹 소속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2노조)로 양분돼 있다. 최재형 후보는 현재 2노조 중앙 조직강화2실장이다. 이재복 후보는 지난 2018년 1노조 정책실장을 거쳤고 권오훈 후보는 공사 통합 전인 2017년 도시철도공사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앞서 노조는 투표 한 달 반 전부터 ‘추천 후보’를 결정했다. 7월 1노조가 이재복·권오훈 후보를 노조 추천 후보로 선출했고 2노조도 같은 달 최재형 후보를 투표로 정했다. 결국 소속 노조에 따라 지지할 후보가 일찌감치 정해진 셈이다.


전직 노조 간부가 노동이사 자리를 가져가는 사례는 서울시 산하기관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산하 한국도자재단이 지난해 임명한 노동이사도 서모 전 노조위원장이었고 6월 인천환경공단도 노동이사에 조모 노조 총무부장을 임명했다.

관련기사



이처럼 노동이사가 노조 간부 출신들로 채워지는 데 대해 공기업·공공기관들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근로자 누구나,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입후보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지 기반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젊은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노동이사가 근로자가 아니라 노조를 위한 제도 같다’는 불만이 높다. 서울교통공사의 대리급 사원 A씨는 “결국 노조 출신들의 나눠 먹기 아니냐”며 “평범한 근로자는 입후보도 못 한다”고 말했다. 줄곧 노조 전임자로 활동했던 근로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 섞인 반응도 나온다.

노조 간부 출신들이 노동이사로 선출돼 이사회에 참석하다 보니 공공기관들은 이들의 권한 확대에 소극적이다. 반면 노동이사들은 정보 접근 권한이 없어 경영활동에 대한 견제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는 6월 노동이사에게 이사회 안건 제출권과 정보 열람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정관에 추가하도록 산하기관에 지시했지만 정관을 수정한 곳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기관 17곳 중 한 곳도 없다. 사측에 비타협적인 노조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이사제가 노조와 불가분의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면 섣불리 제도를 확대하기 전에 협력적 노사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모든 공공기관에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를 2명 이상(500인 미만은 1명) 포함해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두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우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를 분리 운영하고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진을 견제한다”며 “비타협적인 노사관계 탓에 법적으로 마련된 노사협의회도 유명무실한 마당에 노동이사 제도만 앞서 도입하면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