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시장원리 무시한 관제 뉴딜펀드 부작용 우려된다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출자한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 구상이 제시됐다. 정부는 뉴딜펀드가 한국형 뉴딜의 동력을 살리고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으로 흡수하는 동시에 국민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제 성격이 짙은 뉴딜펀드는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의 주역인 기업·개인의 자율성과 투자 의욕을 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에는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총출동했다. 금융기관들은 대통령 앞에서 자체 자금을 통한 직접공급, 펀드 조성을 통한 간접공급, 스타트업 기업 발굴·육성 방식 등의 자금 공급을 다짐해야 했다. 은행 팔 비틀기로 비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러면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할 금융기관의 의사결정이 정치적 압박으로 왜곡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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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뉴딜펀드와 관련해 “손실위험 분담과 세제 혜택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안정적 수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뉴딜펀드에 만에 하나 생길지도 모르는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모든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나라 곳간을 털어서라도 투자자의 안정적 수익을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국고를 선거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펀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뉴딜펀드는 민간의 자율성과 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임기가 1년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후에도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관제형 뉴딜펀드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제 뉴딜펀드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신산업 성장의 물꼬를 막는 규제를 혁파하는 등 시장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부응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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