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에서 경찰이 체포한 흑인 남성에게 복면을 씌웠다가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종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한 뉴욕주 로체스터에서는 100여명이 가두시위를 벌이다 9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이틀째인 3일도 항의집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날 저녁에는 뉴욕시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집결한다고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시위대는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비판하고 경찰 개혁과 예산 삭감을 촉구할 예정이다. 지역 시민운동가인 애슐리 간트는 “그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고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사람을 죽인 경찰관들이 여전히 우리 지역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심이 동요하자 지역당국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러블리 워런 로체스터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이라며 “가족에게 공감하며 나도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라론 싱글터리 로체스터 경찰국장은 사건 영상이 너무 늦게 공개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은폐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 4월 조사에 착수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폭력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추가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목 누르기로 숨진 플로이드 사건, 지난달 말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탄 세례를 받고 신체의 일부가 마비된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로스앤젤레스(LA)와 워싱턴DC에서도 최근 흑인 남성이 잇따라 경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과 맞물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사태로 빚어진 폭력 양상을 부각시키며 ‘법과 질서’를 선거의 키워드로 삼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경찰 개혁과 인종차별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