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의 한복판에서 열린 올해의 IFA 2020은 중국 기업들의 마케팅 물량공세가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시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중국 편향’이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IFA 2020의 주요 행사인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가한 기업과 브랜드 26개 가운데 중국계는 5개로 5분의 1수준이다.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는 화웨이(아너), 오포(리얼미), TCL, 하이얼, 투야 등이 참여했다. 한국기업은 LG전자(066570)와 현대차동차 뿐이다. 참가 문턱이 낮은 온라인 전시회(IFA Digital)는 중국 기업 비중이 93%에 달했다. 전시에 참가한 단체와 기업의 국적을 따지면 중국과 홍콩을 합쳐 1,217곳으로 압도적이었다. 그 외 국가에서 온 단체와 기업은 78곳이며 이 가운데 한국은 18곳, 독일 13곳, 미국 7곳이다.
특히 IFA의 핵심 행사인 지난 3일(현지시간) 진행된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퀄컴과 LG전자가 기조연설을 끝내자마자 TCL·화웨이·하이얼 등이 잇따라 스피커를 잡았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각한 LCD 8.5세대 생산라인을 손에 넣은 TCL은 종이와 같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용 ‘NXT 페이퍼’ 기술을 최초로 공개하고, 시제품이지만 롤러블폰도 선보였다.
화웨이와 하이얼은 LG전자를 겨냥했다. 휴대폰과 태블릿·PC·웨어러블 등 다양한 기기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기능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온 화웨이는 자체 모바일 생태계의 빠른 성장을 자랑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홈을 목표한 하이얼은 이날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 ‘혼(hOn)’을 공개하며 오는 2023년까지 전체 기기를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LG전자가 “플랫폼에 미래가 있다”며 직접 조성한 거주공간 ‘LG 씽큐 홈’을 이원생중계로 보여준 것을 의식이라도 하듯, 모두 플랫폼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월터 지 화웨이 유럽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사장은 이달 15일 미국의 추가제재를 앞둔 상황서 “유럽에 플래그십 스토어 8개를 포함해 매장을 50개 추가로 열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IFA를 비롯한 글로벌 전시회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왔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삼성전자(005930)와 소니, 필립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자리를 비우면서 중국 편중이 심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