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신축 단지에서 중소형 평수가 ‘대출금지선’인 15억 원을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매매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이 일대 신축 대단지 중형 평수인 전용 84㎡가 15억원 대에 거래되기 시작한 시기가 두 달 전인 지난 6월이다. 잇따른 집값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과 두 달 만에 중형 평수에 이어 중소형 평수까지 15억원 대에 진입한 것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의 입주 2년차 대단지 ‘고덕 그라시움’ 전용 73.87㎡이 지난달 8일 15억 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날 전용 73.56㎡도 대출금지선보다 500만원 낮은 14억9,500만원에 손바뀜됐다. 두 차례에 걸쳐 15억원 짜리 거래가 나온 만큼 전용 73㎡가 15억 원대에 자리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해당 단지에서 이보다 큰 평형대인 전용 84㎡가 대출금지선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중순부터다. 당시 전용 73㎡의 가격대는 13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채 두 달이 안돼 전용 84㎡는 17억원 대로, 전용 73㎡은 15억원대로 그 가격대가 껑충 뛴 것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상일동의 신축 대단지 ‘고덕 아르테온’에서는 이달 들어 20억 원 짜리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일 고덕 아르테온 전용 114.86㎡가 20억 원에 매매 거래가 체결된 것이다. 강동구 신축 단지 일대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2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7월만큼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고덕 그라시움 인근의 한 공인 관계자는 “5,000가구 중에 매매 물건은 10개 정도밖에 안되고 매수 문의도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점차 가격을 높여가며 거래가 꾸준하다”며 “실수요도 있지만 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도 없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이 단지의 전용 73㎡ 호가는 16억원, 전용 84㎡은 18억원까지 올라와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동구 아파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작년 발표된 12·16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재건축을 마친 신축 대단지들의 입주물량이 쏟아지며 ‘초과 공급’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강동구 입주물량은 1만1,388가구, 올해는 1만204가구(예정 포함)에 달했고, 내년에는 2월 입주 예정인 ‘고덕 자이’를 포함한 2,863가구로 예상된다. 하지만 잇따른 규제로 인한 반작용으로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강동구 아파트 가격도 함께 뛰었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인한 ‘역전세난’이 점쳐졌지만, 임대차3법 이후 전세 물건이 귀해지며 강동구 전세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명일동 신축 아파트 ‘래미안솔베뉴’ 전용 84㎡의 전세가가 9억원을 훨씬 넘긴 9억8,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축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입주 프리미엄’을 받아 매매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입주가 많으면 전세가가 내려가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 전세 물건이 워낙 없다 보니 전세가도 높은 가격에 형성됐다”며 “매도우위의 시장이 계속되면서 입주물량이 많음에도 ‘초과공급’이 아니라 ‘초과수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