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라는 별명이 걸맞게 타이칸의 첫 이미지는 심플함 그 자체였다. 지난 2015년 컨셉카로 먼저 공개됐던 포르쉐 전기차 미션E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918스파이더와 비슷한 모양이었으나, 파나메라의 아이덴티티도 포함됐다. 헤드라이트 아래에는 세로의 공기흡입구가 들어갔고, 4포인트 주간 주행등도 인상적이었다. 후면의 경우 911과 유사해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타이칸 터보 앰블럼 위의 일자 테일라이트가 포르쉐임을 증명해줬다. 타 브랜드 전기차와는 달리 전기 충전구가 양쪽에 두 곳 있다. 포르쉐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충전기가 규격화 돼 있으나, 해외 다른 국가의 경우 나라 별로 충전기가 달라 편의성 등의 차원에서 두 개로 나눠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실내 인테리어도 포르쉐만의 심플함이 그대로 반영됐다. 계기반은 곡면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전기차로서의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넓었고, 레그룸 역시 성인이 탄다고 하더라도 전혀 좁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타이칸의 기술력은 뒷좌석에서도 나타났다. 다른 전기차들은 바닥에 배터리를 넣느라 발을 놓는 부분이 다소 올라와 있어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타이칸은 이 부분에 배터리를 제외함으로 인해 일반 내연기관 차와 동일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운전성의 드라이빙 포지션은 911보다 15mm높으며, 무게중심은 오히려 낮았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타이칸 터보와 터보S. 두 모델 모두 아직 국내에는 출시 전이다. 먼저 터보를 타고 제로백과 회생제동 등을 경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타이칸 터보는 최고 680마력의 힘을 낸다. 0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3.2초. 터보S는 761마력을 내며, 제로백이 2.8초에 불과하다. 터보를 타고 풀가속을 하자 목이 헤드레스트쪽으로 젖혀졌다. 속도를 내자 역시 ‘웅~’하는 우주선과 같은 소리를 냈다. 이는 전자 스포츠 사운드 덕분이며, 가속감을 배가시켰다. 전자 스포츠 사운드는 온오프가 가능하다. 이어 풀브레이크를 밟자 회생제동이 바로 시행되는 걸 느꼈다. 특히 계기반 왼쪽에는 헬기 계기반에나 나올 법한 중력가속도가 표시됐다. 이는 운전자가 가속할 때 내부에 전달되는 중력가속도를 나타낸다. 풀가속을 했더니 1g 이상까지 중력가속도가 높아져 롤러코스터급 중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터보S를 타고 서킷을 주행했다. 포르쉐 인스트럭터에게 속도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 슬쩍 물었다. 이날 비가 많이 오는 탓에 먼저 시승한 다른 기자들은 시속 70km로 주행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스트럭터는 “현재 노면이 젖어 저속에서도 가속감이 극대화될 것”이라면서도 “이 상태로는 고속 주행이 가능하며, 오히려 안전성을 체험해 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먼저 노멀 모드로 주행을 했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정숙성이 느껴졌다. 이어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통통 튀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가속감이 시작됐다. 전기차의 특성 상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더라도 금새 속도가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코너를 돌 때마다 포르쉐만의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PSM)’ 기능이 빛을 발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같이 가속주행을 하더라도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향이 쉬울 뿐 아니라 운전자가 안정감을 느끼게 도와주는 셈이다. 타이칸 터보S는 일반적인 전기차가 감속기를 탑재하는 것과는 달리 뒷바퀴쪽에 2단 변속기를 탑재해 고속 주행 성능을 끌어 올렸다.
타이칸은 테슬라 모델S의 경쟁상대로 거론된다. 세단 형태의 전기차로 1억 중반대로 형성된 가격 때문이다. 급가속력, 속도감, PSM, 안정감 등에서는 모델S보다 우위로 평가된다. 포르쉐는 연말 타이칸4S를 먼저 출시하고, 내년부터 타이칸 터보와 타이칸 터보S를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터보 1억9,550만원, 터보S 2억3,360만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