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판매량 급감과 한층 치열해진 친환경차 경쟁으로 주름살이 깊어진 완성차 업계가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삼중고에 처해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도 파열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영업 사원은 파업 수순을 밟고 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지엠(GM) 노조가 연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자칫 대규모 ‘추투(秋鬪)’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완성차 임단협을 앞두고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다수 가입한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7%의 찬성이 나왔다.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 회동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회동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3사 노조위원장들은 올해 임단협 상황을 공유하고 노동계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동을 두고 노조원 찬성률 80%로 쟁의(파업)권 확보에 나선 한국지엠과 현대·기아차 노조도 투쟁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임금 인상과 전동화 전환으로 인한 일감 확보를 두고 사측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임금동결 가능성을 내비치며 회사와 동반성장을 약속했던 현대차 노조는 태도가 돌변했다.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현대차 고위 임원이 최근 울산 공장을 방문해 관리자들에게 “임금은 당연히 동결해야 하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고려하면 성과급 또한 지급하기 어렵다”며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이에 노조는 “막말을 쏟아내고 갔다”며 “투쟁을 부른다면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강경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차 노조는 올 임협에서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 중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코로나19 영향에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30% 급감해 노조 요구안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도 노사 갈등 요인이다. 현대차는 내년 울산 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노조는 인력 수요가 줄 수 있다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계열사와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의 전기차 전략 ‘플랜 S’에 대응해 전기차 부품의 자체 생산을 통한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모비스가 평택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하자 기아차 노조는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2018년 구조조정을 겪은 후 2년간 임금을 동결한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가 어렵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올해는 빼앗긴 것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조4,447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3,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노조는 회사가 망해도 노조는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위기로 완성차 업계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진 만큼 노사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