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공식화하며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연초부터 밤샘 격무에 시달렸는데 연이어 추경안 편성이 결정되자 견디지 못한 직원들의 휴직 신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 피로감이 예산실 엑소더스로 먼저 나타난 셈이다.
7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예산실에서 육아휴직 등을 신청하는 직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 편성으로 예산실이 한창 바쁠 시기에 휴직을 신청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며 “그만큼 직원들이 ‘역대급’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1년에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지난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정부는 올 3월 대구·경북 지원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첫 추경을 편성했다. 4월에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집행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어려움이 계속되자 7월에는 역대 최대인 24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을 마련해 집행에 들어갔다.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추경을 편성하게 됐다.
대략 2개월에 한 번꼴로 추경 작업을 한 것이다. 기존 업무인 다음 연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준비 작업까지 병행해야 하는 만큼 업무량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4차 추경이 확정된 지금은 4차 추경안 마련과 함께 2021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 일정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다음달 초에는 국회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다.
‘코로나 재택근무’는 먼 나라 일이다. 이미 기재부 예산실에서는 ‘새벽 퇴근, 아침 출근’이 일상화돼 있다. 국회 예산심의 시즌이 끝나고 일종의 ‘겨울방학’으로 여겨지던 1월에도 예산실은 방학을 보낼 수 없었다. 국고보조사업과 예산사업에 대한 존폐·삭감 여부를 놓고 전면 재검토 작업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의 생색내기 싸움에 기재부 등만 터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4차에 걸친 추경 과정에서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과 청와대에 끌려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홍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가 당에서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