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무늬만 재정준칙으론 나라곳간 지킬 수 없다

정부가 악화되고 있는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재정수지 적자나 국가채무 총량을 일정 수준 이내에서 통제하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준칙 도입 시도는 늦은 감이 있다. 이미 기업·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거나 육박한데다 국가부채마저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40%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업·가계부실로 인한 경제위기와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국가 재정을 부실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고령화 현상으로 현 수준의 복지를 유지만 해도 지출이 급증하는데 인구는 오히려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돼 세수감소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중장기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새 의무지출을 도입할 때는 재원확보 방안을 명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준칙안 발표를 앞두고 유연성을 강조하는 얘기들이 자꾸 흘러나와 이번에도 ‘맹탕’에 그칠까 걱정이다. 가령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확장재정이 가능하게 예외조항을 둔다는 것이다. 경기상황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 정권이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재정준칙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법제화를 포기하고 아예 지침 수준으로 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준칙을 헌법에 규정한 독일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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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가재정법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추상적으로 규정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2016년에 국가채무 총량을 관리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번에도 법안만 내고 흐지부지되는 일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구속력이 약한 고무줄 재정 잣대를 만든다면 무늬만 재정준칙이 된다. 21대 국회에서 진정한 재정준칙이 들어간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해 실천해야 나라 곳간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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