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상어' 등장에 변화 급한데…금융사 내부 곳곳 '혁신' 발목

[리빌딩 파이낸스 2020-막오른 新금융패권전쟁]

금융·IT 겸비 인재 확보 어렵고

비협조적인 노조도 걸림돌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전통 금융사들이 경쟁력 확보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과 맞붙기 위해서는 혁신금융 중무장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내부 곳곳에 혁신의 발목을 잡는 문제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혁신 적기를 놓치면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빅테크가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기존 금융사들을 플랫폼에서 배제하는 등의 행보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외부요인만큼이나 내부요인으로 미래 금융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기존 금융사의 미래 금융 대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규제와 빅테크 진입에 이어 ‘내부 혁신역량 부족’을 세 번째 문제로 꼽았다. ‘비협조적인 노조’도 금융사의 혁신을 막는 원인 중 하나였다. 기존 금융사가 혁신금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외부요인 외에 내부요인을 해소하려는 자체 노력도 상당히 필요하다는 얘기다.




혁신금융을 위해 금융과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능력을 갖춘 ‘양손잡이’ 인재를 확보해야 하지만 신입사원들부터 변화가 아닌 안정지향형 인재들이 몰리는 것도 은행들의 또 다른 고민이다.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은 높은 연봉 등 안정적인 이유로 은행권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준생의 47%가 ‘연봉이 높을 것 같다’는 이유를 선호도 1위로 꼽았다. ‘직원 복지가 우수할 것 같아서(45.7%)’ ‘정년까지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29.2%)’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은행 중에서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카카오뱅크가 아닌 전통 은행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은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금융사로 ‘KB국민은행(41.4%)’을 꼽았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이다. 이어 IBK기업은행이 35.6%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NH농협(30.8%), 신한은행(19.8%)이 뒤를 이었다. 카카오뱅크(17.9%)는 5위권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부요인 못지않게 내부요인도 금융사의 혁신을 가로막는 주요한 이유”라며 “조직 내부에 만연한 보수적인 분위기에 신입직원들까지 안정지향형 인재들이 입사하면서 내부 혁신 단계부터 속도가 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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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위협을 받고 있는 보험사도 혁신금융 추진이 녹록지만은 않다. 최근 대면 영업활동이 많은 설계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다수 발생하자 보험 업계는 오는 13일까지 대면 영업을 최대한 자제하는 데 뜻을 모았지만 설계사들의 반발이 컸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설계사 등을 통한 대면 채널 의존도가 높아 설계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보험사의 실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존 영업 방식에 대한 보험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보험 특성상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적어 신계약 유치를 위해서는 설계사 등 보험모집인의 권유와 설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면 채널이 위축되면 신규가입이 저조해지고 결국 보험사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명보험사 초회보험료 중 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은 97.97%에 달한다. 손해보험 상위 10개사의 대면 채널 초회보험료 비중은 88.8%로 생보사보다는 낮지만 90%에 가깝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진입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 등 혁신금융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신계약 대부분이 보험모집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기존 영업 방식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지만 미래 금융에 대비해 새로운 영업 방식을 마련해야 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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