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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이슈] '센 언니'들이 예능 싹 접수했다…지금은 여성 예능 전성기

/ 사진=E채널 ‘노는 언니’/ 사진=E채널 ‘노는 언니’



기존 남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의 주도권이 ‘센 언니들’로 인해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예능 프로 속 여성 출연자들의 솔직 당당하고 과감한 모습이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을 대변하는 센 언니들은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니들은 출신, 나이, 분야가 인생을 사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이다.


출연진이 여성 스포츠스타로만 이뤄진 E채널 ‘노는 언니’가 대표적이다. ‘노는 언니’는 평생 운동만 해온 언니들이 캠핑과 코믹한 운동 종목 등 그간 해보지 못한 것을 즐기는 리얼버라이어티다. 골프 선수 박세리를 필두로 펜싱 선수 남현희, 피겨스케이팅 선수 곽민정, 배구 선수 한유미, 수영 선수 정유인 등이 출연한다.

스포츠 분야 출신 선수의 방송 데뷔, ‘스포테이너(스포츠스타+엔터테이너)’의 사례는 과거부터 있어 왔으나 여성 스포츠선수들만 뭉친 경우는 ‘노는 언니’가 처음이다. ‘리치 언니’란 별명으로 예능에서 활약 중인 박세리를 제외하면 출연진 대부분이 방송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승부욕과 몸개그로 ‘노는 데’에 집중하고, 의외의 솔직함과 허당미로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 사진=MBC ‘놀면 뭐하니?’/ 사진=MBC ‘놀면 뭐하니?’


센 언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조합은 단연 MBC ‘놀면 뭐하니?’가 낳은 ‘환불원정대’다. 무심코 던진 이효리의 발언과 팬들의 열띤 호응으로 ‘환불원정대’가 탄생했다. 그룹 ‘환불원정대’는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네 사람의 강렬한 카리스마로 어딜 가든 물건 환불이 가능할 것 같다는 뜻을 지녔다. 이들은 각각 부캐(부캐릭터) 만옥, 천옥, 금비, 은비로 활동한다.

서로가 롤모델이자 각별한 선후배 사이인 네 사람은 프로그램 내에서 각자의 매력을 방출한다. ‘대한민국 마돈나’ 엄정화는 부드러운 말투로 큰 언니의 존재감을 발산하고, ‘린다G’로 전성기를 누렸던 이효리는 다시 한 번 ‘센 언니’의 표본을 보여준다. 제시는 통제 불가능한 하이텐션을 유지하며 자유 영혼을 과시하고, 막내 화사는 언니들 사이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환불원정대’ 못지않게 센 언니들이 포진해 있는 곳이 바로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다. MBC ‘나 혼자 산다(나혼산)’의 스핀오프 웹 예능인 ‘여은파’에는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가 각각 부캐인 조지나와 사만다, 마리아로 등장한다. TV에서는 ‘순한맛’으로 유튜브 버전에선 ‘매운맛’으로 방영되는 ‘여은파’는 세 여자의 솔직한 일상과 화끈한 입담, 다양한 도전을 담는다.


‘여은파’는 매회 세 언니들의 과감한 화장술과 파격적인 의상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나래의 변신이 인상적이다. 지난 방송에서 박나래는 과한 립과 볼터치, 형광색 호피 쫄쫄이로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혜진과 화사도 이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반전 모습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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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사진=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노년에 접어든 센 언니들의 반란도 만만치 않다. 시즌 2로 돌아온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선 혼자가 된 평균 연령 66세인 노년 여성들의 인생 후반전 이야기가 다뤄진다, 배우 박원숙과 김영란, 문숙, 가수 혜은이가 한 집에 같이 살며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나누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이들은 노년 여성을 향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중이다.

먼저 네 사람은 각자의 연륜에 비례하듯 모두가 ‘살림 베테랑’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볍게 부순다. 이어 엄마나 할머니 외에 오롯이 자신으로 살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노년 여성도 여전히 사랑과 예쁨을 받고 싶으며,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나아가 보편적 가정의 틀 없이도 한 개인으로서 충분히 함께하며 행복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스포츠스타, 코미디언, 중년배우 다양한 분야의 언니들이 이끄는 예능은 단순 예능으로 그치지 않고, 여성에게만 가혹한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결혼한 것만으로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정유인 수영 선수의 발언, “30대 솔로 여가수로 활동하기 어려웠다”는 엄정화의 토로, “산부인과 검진 일정을 빼줘야 한다”는 이효리의 우스갯소리까지.

다양한 언니들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여성 출연자로만 꾸린 프로그램을 ‘모험’으로 바라보는 편견과 ‘여성만 나오는 예능은 만들기 어렵다’는 방송가의 암묵적 분위기를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예능의 인기가 식지 않는 센 언니들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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