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사우디 법원, 反정부 언론인 살해 일당에 20년형 확정

유족 요청으로 1심 사형에서 대거 감형

국제사회, 사건 배후로 사우디 왕세자 지목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타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외교공관에서 살해당한 자말 카슈끄지./AP연합뉴스2018년 10월 터키 이스타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외교공관에서 살해당한 자말 카슈끄지./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반(反)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8명에게 징역 7~20년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사건의 배후와 시신의 행방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사우디 법원이 급급하게 사건을 봉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 5명에게 징역 20년형을, 공모 혐의로 기소된 2명에게 10년형을, 나머지 1명에게는 7년형을 내렸다. 1심에서 살해에 직접 가담한 5명은 사형을, 나머지 3명은 징역 24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카슈끄지 유족 측이 사형 집행 중단을 요청하며 감형된 것이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르면 인과응보의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에 따라 살인범은 사형에 처해야 하지만 유족이 용서하면 형벌이 줄어들 수 있다.


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적극 비판해온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결혼 서류 문제로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아갔다가 사우디 요원 15명에게 살해됐다. 그의 시신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은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세자의 측근 등 3명은 지난해 12월 무죄로 풀려났다. 무함마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사우드 알카흐타니 궁정고문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2년 만에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이 법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비난 여론이 거센 이유다. 사건을 조사해온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이번 판결은 법적·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사우디 법원은 결국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인권 그룹의 이네스 오스만 국장은 “처음부터 책임자를 기소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은폐 시도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인 하티제 젠기즈 역시 이날 “이번 판결은 정의를 완전히 조롱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터키는 사건에 관한 진상 조사를 끝까지 한다는 입장이다. 파흐레틴 알툰 대통령실 언론청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법원의 최종 판결은 터키 정부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아직 카슈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그의 죽음을 원했는지, 터키에 협력자가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법과 양심에 따른 의무이자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면서 사우디 당국에 터키에서 진행 중인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곽윤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