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쑤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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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6일.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생겼다. 이탈리아 명문 축구 구단인 인터밀란이 중국의 한 대기업에 넘어간 것이다. 주인공은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쑤닝(蘇寧)그룹이었다. ‘축구 굴기’를 외쳤던 중국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딜이었다.

쑤닝은 안후이성 출신인 장진둥 회장이 27세 되던 1990년, 난징에 세운 200㎡ 규모의 에어컨 전문 판매점에서 시작됐다. 당시 에어컨은 1대에 6,000위안에 달할 만큼 고가 사치품으로 통했기 때문에 조금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장 회장은 모든 업체 제품을 한데 모아 배송과 설치·서비스를 무상으로 해주는 시스템으로 성과를 냈다. 마침 설립 직후 에어컨 붐이 불면서 10만위안으로 설립한 회사의 매출은 1년 만에 1,000만위안까지 급증했다.


1995년 한 에어컨 제조업체가 직접 소매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쑤닝은 위기를 맞는다. 장 회장은 이를 계기로 에어컨 단일 판매에서 벗어나 종합 가전 매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5년 만에 중국 전역에 매장을 깔았고 경기 회복과 함께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전자상거래가 시작되자 다시 난관에 처했지만 온오프라인 가격 통일 등 융합 전략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2010년 라이벌 궈메이전자 회장이 외화자금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을 받자 쑤닝은 매장을 더욱 확장해 1,700개 점포에 직원 18만명의 중국 최대 유통업체로 올라섰다. 2016년 ‘쑤닝은행’을 만들며 금융에까지 진출한 쑤닝은 2017년 포춘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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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소득이 높아지자 장 회장은 스포츠마케팅에 나서기로 하고 인터밀란 인수에 이어 지난해 쑤닝이 보유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PPTV를 통해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3년 6억5,000만달러의 초대형 중계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그의 꿈이 일단 꺾이게 됐다. 양측이 1년 만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이 화웨이 5세대(5G) 통신장비를 쓰지 않기로 하고 홍콩보안법을 비판하는 등 양국 갈등이 증폭된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외교 갈등이 기업 경영과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타깝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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