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독극물 공격을 당했다고 밝힌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혼수상태에서 극적으로 깨어났다. 18일 만이다. 독살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의 개입설이 나오는 가운데 나발니가 의식을 회복함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독극물 테러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나발니를 치료 중인 베를린 샤리테병원은 나발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을 걸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샤리테병원은 “단계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계획”이라며 “그는 언어 자극에 반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독극물 중독에 따른 장기적 후유증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틀 뒤 독일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베를린으로 옮겨졌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시사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게 독극물 흔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소련 시절에 사용되던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있다고 밝혀 국제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런 가운데 나발니가 의식을 회복하며 사건 당시의 정황과 관련한 러시아 정부의 개입설 증거와 정황이라도 나올 경우 러시아 정부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당장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과 함께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를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국제적 여론을 의식한 듯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병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니 독살 시도가 어떤 약물에 의한 것이었는에 대한 독일 의료진의 결론을 받으면 조사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독일이 노르트스트림2를 막을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발니 독살 시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급격히 악화한 독러관계를 최악으로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