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알아도 모르고 몰라서 모르고”…코로나 아파트 집단감염에 ‘경비원 수난시대’

관련정보 알아도 공개는 위법

"모른다" 응답에 주민 폭언 일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경비실에서 하는 일이 대체 뭐냐.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

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내 주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곳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모(42)씨는 온종일 확진자 정보를 알려달라는 주민 민원에 시달렸다. 주민들은 “확진자가 몇 동 몇 호에 사냐” “확진자가 이용한 승강기가 어디냐” 등 쉴새 없이 질문을 던져댔다. 하지만 박씨도 확진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도 잘 모른다”는 대답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던 박씨는 결국 주민에게 모욕적인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최근 아파트단지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방역 당국과 주민 사이에 낀 경비원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추가감염을 우려한 주민들이 확진자 정보를 꼬치꼬치 캐묻지만 자세한 정보를 알지도 못할뿐더러 설령 알아도 밝힐 수 없는 경비원들로서는 주민의 항의를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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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관리사무소나 경비원들에게 확진자의 구체적 거주지나 동선 등을 문의한다. 하지만 박씨처럼 아파트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는 보건소 등 방역 당국으로부터 확진자 관련 정보를 따로 전달받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정보 공개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를 돕는 과정에서 확진자 관련 정보를 일부 알게 되더라도 이를 주민에게 알리는 것은 위법이다. 자칫 다른 주민에게 알렸다가는 확진자부터 고소·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역학조사를 돕다가 관련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면서도 “당사자 동의 없이 폐쇄회로(CC)TV를 보여줬다가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주민들도 있는 판국에 경비원들은 ‘알아도 모르는 거고 몰라도 모르는 신세’”라고 전했다.

확진자 정보를 알려달라는 주민 문의에 규정대로 응대해도 폭언과 모욕적 발언을 듣기 일쑤다.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B씨는 “한 입주민에게 규정상 확진자 세대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니 온갖 폭언과 함께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C씨도 “모른다고만 하면 주민들이 화를 내거나 고압적으로 나오니 요샌 일부러 같이 보건소 욕을 하면서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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