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주가 폭락으로 곡소리가 나는 것은 단지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테슬라는 최근 한국의 해외주식 직접 투자자들에게도 ‘원픽’ 종목으로 꼽혔던 터여서 ‘원정 개미’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한국시간)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총 보유 규모는 4조6,093억원(38억7,857만달러)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보유한 해외주식 중 가장 큰 규모다. 같은 날 기준 테슬라 시가총액(약 463조원)과 비교하면 대략 1%에 달하는 수치다.
그간 국내 원정 개미들 사이에서 테슬라 사랑은 유별났다. 테슬라 주식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됐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가 1,000달러, 2,000달러를 뛰어넘자 ‘천슬라’ ‘이천슬라’라는 애칭까지 지어주며 무한신뢰를 보냈다. 실제 테슬라 주가(종가 기준)는 올해 초 대비 약 283.74%나 뛰었다. 이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의 상승률은 19.30% 수준이다.
이에 8월 말 액면분할과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등으로 주가가 흔들렸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매수로 맞대응했다. 9월 들어 8일까지 국내의 테슬라 순매수 결제는 5,814억9,310만(4억8,931만달러)에 달한다. 이 중 매수만 보면 1조2,135억원(10억2,112만달러)에 이른다. 즉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렸던 투자자들이 대거 진입한 양상이지만 9월 들어서만 테슬라 주가는 약 30.48% 빠졌다. 결국 ‘원정 개미’들의 테슬라 보유 평가액도 8거래일 만에 약 1조5,576억원(13억844만달러)이나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 조정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마켓비트가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 35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를 보면 이들이 내놓은 테슬라의 평균 목표주가는 약 177.58달러다. 즉 하루에 21% 폭락한 테슬라의 주가가 330.21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약 40% 이상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이들의 투자의견을 보면 19명이 ‘보유(hold)’를, 10명이 ‘매도(sell)’ 의견을 냈다. ‘매수(buy)’ 의견은 6명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테슬라는 증자와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에 실패한 후 낙폭이 확대됐다”며 “테슬라의 수익을 이끌고 있는 탄소배출권 판매 부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어 당분간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