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중 갈등 속에서 선택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미중) 등거리 외교가 아니라 (한미) 동맹이 기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 차관은 9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의 외교차관 협의를 위해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자리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최 차관은 “중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할텐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끌어들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대한민국과 미국은 동맹 사이”라며 “동맹 사이라는 것은 우리 외교 안보의 근간”이라고 답했다. 다만 “우리는 미국의 동맹임과 동시에 중국에 근접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최 차관은 “(미국이) 어떤 비전과 로드맵을 가졌는지 좀 더 들어보고 우리 의견을 얘기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며 “동맹끼리 그런 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며, ‘한쪽으로 쏠린다’는 언론의 표현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등거리는 아니다”라며 “왜냐하면 동맹이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 목적과 관련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기에 한미 간에 챙겨야 봐야 할 현안이 많다”며 “보건·방역부터 방역 협조·협력, 양국 간 소통 문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10월의 서프라이즈’로 불리는 북미 깜짝 정상회담이나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대북 문제에 대해선 “차관으로 워싱턴에 왔기에 (그 문제를) 더 논의한다기보다 늘 해왔던 소통의 연속일 것”이라며 “상황과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달 초 비건 부장관과 통화 시 한미 분담금 협상 문제를 논의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차관이 된 지 4주도 안 돼서 온 것은 그만큼 원래부터 소통하고 있었고 귀국 후의 자가격리를 감수하면서 지난 통화의 연속 차원에서 온 것”이라며 “특정 현안을 가지고 얘기한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 교체 시기의 한일 관계 현안도 이번 방미 협의 테이블에 오를지에 대해서는 “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한미 간 현안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인 최 차관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을 거쳐 40대라는 파격적인 나이에 외교부 1차관으로 승선했다. 그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김기정 전 안보실 2차장 등과 함께 줄곧 ‘자주파’로 분류됐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9·19군사합의의 산파역을 했으며 대북제재와 별도로 적극적인 남북협력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