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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에 천연 자원을 활용한 로컬 기초 화장품 브랜드, 휴랑(HUELAIN)

Global과 Local의 합성어로 글로컬(Glocal)이란 신조어가 대두되고 있다. 범국가적이면서도 지역적 특색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한다. 여유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도시 시애틀에서 시작해 커피를 매개로 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스타벅스가 그 예다. 또한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나이키는 1964년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아름다운 자연환경', '활기찬 아웃도어 활동'이라는 포틀랜드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지금까지도 핵심가치로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컬(Glocal)적인 요소를 갖춘 기업의 공통점은 지역문화의 성공적인 상품화에 있다. 한국에서도 산업 인프라나 중심 지역과의 연계 등 우수한 환경을 활용하여 선명한 지역 정체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나타난 로컬 브랜드가 있다. 바로 '문경 오미자'를 활용해 만든 고기능 자연주의 화장품 '쉬자 토너, 에센스'를 출시한 휴랑(HUELAIN)이다.


휴랑의 김미림 대표는 10여년간 서울에서 바쁜 생활을 영위하다가 2018년 경북 문경에 내려와 정착했다. 김미림 대표는 '서울과는 다르게 여유가 있고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이곳에서 비로소 쉼을 느꼈다'고 전한다. 복잡했던 일상이 단순해지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한 김미림 대표는 금새 문경이라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되었다.

특히 김미림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건 경북 지역을 관통하는 백두대간에서 발견하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었다.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깊은 산 속에 위치한 문경시 동로면에 전국 유일의 오미자 특구가 있다. 높고 험한 산세에 둘러쌓인 내륙에 위치해 일교차가 크고, 연평균 강수량 1,300mm의 풍부한 수량과 배수가 잘되는 석회질 토양으로 인해 오미자를 재배하는데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문경시는 1993년 이래 지속적인 농가교육과 생산자 협회를 통해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고품질의 오미자를 생산, 유통하기 위해 GAP 우수농산물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경은 재배 10년만에 전국 생산량 1위 산지로 우뚝 섰고 수많은 농가와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다만 김미림 대표는 문경의 오미자가 가진 우수한 효능, 효과에 비해 아직까지 그 가치가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오미자를 활용한 대다수의 제품이 액상차, 식품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생명공학을 전공한 의사인 남편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의사를 모셔와 R&D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오미자를 활용한 화장품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직접 오미자 농장을 방문해 생산, 재배, 수확 과정을 모두 눈으로 확인하며 신선한 원료를 엄선하였고, 문경시 농업지원센터와 협업해 오미자의 유효성분인 Lignan이 결집되어있는 오미자 종자를 저온착유기술로 압착해 화장품 원료화에 성공하였다. 생산자와 연구기관, 기업이 협력해 고기능 천연 화장품 원료를 개발한 셈이다. 그로부터 약 1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휴랑의 쉬자 토너, 에센스가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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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심플한 일과'는 김미림 대표가 문경에서 발견한 라이프스타일의 키워드다.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던 수많은 문제들이 문경에 오고 난 뒤로 사라지고 이전엔 바빠서 하지 못했던 사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휴랑의 쉬자 토너, 에센스가 복잡한 기초 화장 단계를 줄여주는 스킵케어 기초화장품으로 탄생한 것은 문경의 지역적 특색을 고려했을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두 전문가가 피부에 자극을 주고 효과는 미미한 마케팅용 컨셉 성분은 전부 덜어내고 핵심원료만을 선별했다. 백두대간에서 발견한 오미자와 맥문동, 인삼 그리고 검증된 첨단 소재인 EGF, 저분자량 펩티드가 그것이다.



소비자들이 휴랑의 화장품에 가장 열광하는 부분 중 하나는 향이다. 휴랑 쉬자 토너, 에센스는 피부 자극을 일으키고 호르몬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는 인공향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천연 원료 본연의 향에 미량의 에센셜 오일을 가미해 사람의 후각이 최대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연에 가까운 향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바쁜 일과 속에서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자연으로 돌아가 회복되길 바라며 수개월간 샘플링을 했던 결과다. 과한 자극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의 피부와 마음을 함께 케어해주는 것, 휴랑이 내세우는 Dermaind (Derma+Mind) Care 정신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한방 소재를 성공적으로 상품화함으로써 몸소 실현된다.

휴랑은 로컬 브랜드로써 사회적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데도 철저하다. 재생펄프로 만든 자연친화적 용지인 디프매트가 패키지에 활용되고, 포장을 할 땐 종이 완충재를 쓴다. 화장품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는 후가공을 생략하고 상표와 제품명만을 인쇄해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디자인을 고안하였다. 원료 또한 오랜 기간 사용되어온 검증된 원료만을 사용하여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 김미림 대표는 백두대간의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과 천연 식물, 동물의 상생에 기여해 지속 가능성 원칙을 살린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때로 어느 지역에 가보면, 특산물을 활용해 관광 자원화에만 몰두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실은 갖추지 않은 채 홍보와 수익성에만 주력하는 셈이다. 이처럼 알맹이없이 마케팅만으로 만들어진 컨텐츠는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경 오미자와 휴랑의 사례는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재배와 가공의 연계가 탄탄하다는 것인데 생산자와 공공기관, 기업이 강하게 연을 맺고 상호발전을 위해 힘써 탄생한 제품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강한 진정성을 발휘한다.

휴랑은 오미자 뿐만 아니라 청정 자연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 자원을 과학적으로 재해석해 'Lap In Nature'라는 구호를 몸소 정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제품 뿐만이 아니라 공간, 커뮤니티 공공재를 기획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지방을 단순히 향수의 대상이 아닌 '살고 싶은 공간'으로 재설정해 휴식의 의미를 새롭게 정하자는 비전을 품고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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