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디 '빅 바이어 공백' 불가피…스마트폰·통신장비는 '반사익'

■ '美 화웨이 제재' 따른 산업별 영향은

美 의존 높은 반도체 일부 타격

"중장기 다른 업체가 물량 채워

급격한 수주절벽 없을것" 분석

삼성, 스마트폰은 1위 탈환 기회

통신장비도 시장점유율 확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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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보기술(IT) 공룡기업 화웨이를 겨눈 미국의 활시위가 한국 기업에까지 강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화웨이가 영향을 미쳤던 여러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제재 가이드라인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가자 반도체 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달 17일 이전에 생산됐거나 생산 중이었던 반도체에 한해서만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다.


‘빅 바이어’ 공백 메워야 하는 반·디

반도체 업계는 기술과 장비·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화웨이와의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기존 매출에서 ‘빅 바이어’인 화웨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공백 상태가 된다면 SK하이닉스는 매출의 11~12%, 삼성전자는 매출의 1~1.5% 하락이 예상된다. 여기에 D램 시황이 ‘화웨이의 실종’ 탓에 당초 예측과 다른 궤적을 그릴 수 있다는 점도 시나리오 경영을 수행하는 이들 기업에 좋지 않은 신호다.

다만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빅 바이어’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는 만들게 돼 있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수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 증권 연구원도 “당장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울 고객사를 찾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샤오미 등 다른 업체가 자리를 채울 것”이라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반기 소비절벽을 경험했던 디스플레이 업계는 ‘빅 바이어’가 사라지는 하반기를 마주하게 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화웨이에 공급해온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구동칩(드라이브 IC) 때문에 제재에 포함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상무부에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넣으며 대책 마련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는 요청을 넣을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3%, LG디스플레이의 0.3% 수준”이라며 “이번 제재는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내리겠지만 극복 못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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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이익 기대하는 스마트폰·통신장비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업계는 오히려 수혜를 기대한다. 삼성전자만 봐도 반도체에서는 화웨이가 ‘빅 바이어’지만 스마트폰 등 통신 쪽에서는 물리쳐야 할 경쟁사다. 제재가 곧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2·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화웨이가 20.2%로 20.0%의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다. 통신장비 부문에서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은 31%로 2위인 노키아(14%)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통신장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7위권이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중국 시장에서는 자국 브랜드가 중저가와 하이엔드 모델을, 애플과 삼성전자가 화웨이 플래그십 모델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장비 부문도 전 세계적으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0%대로 세계 7위권이지만 최근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대 계약을 맺는 등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이수민·노현섭·전희윤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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