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 외국계 투기자본 놀이터 전락...기밀정보 빠져나간다"

[산업계 "공정경제3법 재검토" 호소]

특정 주주 의결권 제한 등

상장사를 공기업처럼 다뤄

세계 어떤 국가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법안 멈춰달라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산업계는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기업의 경영정보가 외국기업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신기자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산업계는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기업의 경영정보가 외국기업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신기자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 주주총회. 당시 지분을 취득하고 현대차 공격에 나섰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라며 현대차를 압박했다. 문제는 캐나다 회사 밸러드파워시스템이 현대차가 공을 들이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뛰어든 경쟁회사라는 점이다. 당시 현대차 주총에서 엘리엇이 완패하면서 매큐언 회장은 이사로 선임되지 못했지만 자칫 현대차의 차세대 핵심 기술 정보가 ‘적장’에게 고스란히 노출될 위기였다.

10일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이 수정 없이 확정되면 경쟁자에게 핵심 정보를 합법적으로 안겨주는 상황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상법개정안은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이사)을 분리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는 감사위원 선임 시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2.5%씩을 갖고 있는 펀드와 경쟁사 4곳이 연합하면 10%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주식회사의 핵심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절차에서 정작 경영을 책임지는 대주주는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송원근 연세대 교수는 “대주주의 의사에 반해 분리 선임된 이사의 결정으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해도 대주주는 전체 지분율만큼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며 “3%라는 제한선에 대한 실증적 근거도 전혀 없고,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이사 선임 시 특정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한국 기업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투기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상법개정안뿐 아니라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또 다른 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규제 여부를 나누는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구분 없이 20%로 바꾸고, 총수일가 등이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가 주식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밸류체인 약화로 인해 대기업 집단의 생산적인 내부거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계열사 간 거래를 ‘악’으로만 규정하는 법안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는 대기업 집단의 장점인 내부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제약해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진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부화 제약에 따른 외부화의 혜택은 해외 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 측의 입장을 대변한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도 “현행법으로도 부당 내부거래는 규제가 가능하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내부화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내부화의 구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개정안 내용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특정 경우에만 특수관계인 합산 15% 내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미국·독일·일본·영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에 대한 제한이 없거나 한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의결권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광학 분야 독일 기업 칼자이스를 예로 들며 “이 기업은 공익법인이 자회사들을 100% 소유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