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경영상의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를 하고도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회장은 총 80억원대 부실대출을 해줬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10억원에 대해서만 기소됐다. 고객과 채권자 등 피해자들이 적지 않지만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형량을 올리는 대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표현덕·김규동 부장판사)는 10일 부실대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차 대출 모두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볼 수 없고 경영상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가 복구되지 못했고 그 손해는 결국 제일저축은행 고객과 채권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실대출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유동국 전 전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출을 받은 지인 박모씨의 공모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제일저축은행 직원들을 시켜 박씨에게 10억원을 대출해줬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유 전 회장은 2년 전 담보가치가 34억여원인 부동산을 담보로 박씨에게 70억원을 빌려주고도 같은 담보로 10억원을 추가 대출해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박씨에게 빌려준 70억원 역시 부실대출에 해당하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검찰은 10억원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