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지속적인 확장 재정 기조에 더해 올해에만 4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되면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6%를 넘게 됐다. 지난 해만 해도 2020년 예산안 편성으로 재정 당국의 암묵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를 넘기게 됐다며 재정 건전성 논란이 컸는데, 불과 1년 여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재정 수지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 것이다.
정부가 10일 총 7조 8,000억 규모의 4차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하면서 3차 추경 기준 546조 9,000억 원이었던 총 지출은 554조 7,000억 원으로 또 다시 불어나게 됐다. 총 수입은 470.7조 원으로 그대로인데 지출만 계속해 늘어나면서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7%에서 6.1%로, 국가채무비율은 43.5%에서 43.9%로 증가했다. 2021년 예산안까지 포함하면 내년 국가채무는 952조 5,000억 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7.1%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7조 8,000억의 예산 중 7조 5,000억 원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된다. 이미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잔뜩 졸라매고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에 더 이상 ‘돈 나올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 1차 추경 때 10조 3,000억 원, 2차 추경 때 3조 4,000억 원, 3차 추경 때 23조 8,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6% 선을 돌파했다는 점에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도 적자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재정수지 적자 비율 3%는 역대 정부, 그리고 재정 당국에서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대표적으로 2016년 정부가 발의했던 재정 건전화 법안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운용할 것을 재정준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 해 513조 5,000억 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했을 때만 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3%를 넘겨 3.6%를 찍게 됐다며 큰 논란이 일었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적자 비율이 두 배로 치솟았다는 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 적자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삼모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그리고 저성장으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우리 경제의 자랑이었던 재정 건전성이 너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쌍둥이 적자 현상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재정수지 적자가 5%가 넘으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었는데 이번에 6%를 넘긴다는 건 우리나라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인해 재정 적자 규모가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어떻게 이 많은 적자를 앞으로 개선해나갈지 인데 정부가 이에 대한 답을 말해주지 않는 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