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속적인 확장재정 기조에 더해 올해에만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사상 처음 6%를 넘게 됐다. 2020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정당국의 암묵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를 넘기며 재정건전성 논란을 키운 지 불과 1년 만에 2배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도 재정적자 악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10일 7조8,000억원 규모 4차 추경안 중 7억5,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기로 하면서 나랏빚은 7조5,000억원 더 늘어나게 됐다. 이미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잔뜩 졸라매고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에 더 이상 ‘돈 나올 구멍’은 없다. 정부는 이미 올해 1차 추경 때 10조3,000억원, 2차 추경 때 3조4,000억원, 3차 추경 때 23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총수입은 그대로인데 3차 추경 기준 546조9,000억원이던 총지출이 554조7,000억원으로 또다시 불어나며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7%에서 6.1%로 늘었다. 그렇게 걱정하는 국가채무 비율은 43.5%에서 43.9%로 증가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40%를 올해 첫 추경에 돌파한 데 이어 2020년이 3개월 넘게 남았는데도 40%대 중반 턱밑까지 올라왔다. 국가채무는 올해 846조9,000억원, 내년에는 952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비 국가채무 순증 규모는 106조1,000억원이다.
4차 추경안이 확정되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국가채무도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내년 국가채무는 애초 전망한 945조원에서 952조5,000억원으로 뛰어오른다. 국가채무 비율 역시 46.7%에서 47.1%로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6% 선을 돌파한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도 적자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재정수지 적자가 6%를 넘어서며 여러 가지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시적 조치였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예산 구조조정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강력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정수지 적자 비율 3%는 역대 정부, 그리고 재정당국에서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정부가 발의했던 재정건전화 법안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운용할 것을 재정준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했을 때만 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3%를 넘겨 3.6%를 찍게 됐다며 논란이 거셌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그리고 저성장으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우리 경제의 자랑이던 재정건전성이 너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쌍둥이 적자 현상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재정수지 적자가 5%가 넘으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는데 이번에 6%를 넘긴다는 건 우리나라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말했다.
상대적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4차 추경을 앞두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도 이대로 갈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는 쓰고 국가채무 비율 부담은 다음 정부로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