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이 업계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5년간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고 20조원 펀드가 지원되는 역대급 프로젝트이다 보니 기업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 나라가 뉴딜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조업 육성 의지가 보이지 않고 시장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뉴딜의 요체는 재정투입으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다. 나랏돈이 민간투자로 연결돼야 뉴딜이 성공한다는 뜻이다. 뉴딜의 ‘원조’인 지난 1930년 미국 뉴딜정책은 경제회복(Recovery), 실업구제(Relief)와 함께 제도개혁(Reform)을 병행하는 패키지형 대책(3R)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법제도를 개혁해 민간투자의 물꼬를 튼 것이다. 각종 규제법령이 산적한 우리나라도 뉴딜이 성공하려면 이 같은 법제도 혁신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
우선 낡은 법령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환경과 기술은 급변하는데 법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우편법에 따라 고층건물 우편함은 출입구 근처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 결과 드론 배송에 필요한 창문 수취함이나 옥상 우편함이 구현되기 어렵다. 중장비 운전자 자격을 정해놓은 건설기계관리법 때문에 무인로봇도 쓸 수 없다.
또한 이리저리 얽힌 법령들을 간소화해야 한다. 필자가 초임 사무관으로 있던 1990년 공장입지 관련 79개 규제를 62개로 줄였는데 20년 만에 다시 살펴보니 90개로 늘었다. 1960년대 6개에 불과했던 환경 관련 법률은 71개로 세분화됐다. 중복 법률은 통폐합하고 유사 법률은 의제 처리하는 등 법제도를 간소화해 기업부담을 줄여야 한다. 규제를 제일 잘 아는 공무원과 전문가가 나서야 하고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기본법이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업계의 제안으로 국회·정부·경제계가 모두 참여하는 ‘한국판 뉴딜 법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혁신의 계기와 실행조직이 갖춰졌으니 그다음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재확산 와중에 각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신음하는 지금이 우리에게는 선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적기다. 한국판 뉴딜로 결집한 국가적 역량을 활용해 낡은 법제도를 걷어내고 민간투자를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뉴딜정책 성공의 제일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