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번엔 시진핑 정상외교…中, 美 빼고 전세계에 손짓

14일 EU·메르켈과 화상 회의

사우디·우루과이와 협력 논의

왕이 등 고위관료도 잇단 순방

美 공세 맞서 '연대'로 돌파구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란차 곤살레스 외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양 정치국원은 왕이 외교부장이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자마자 바통을 이어받고 유럽을 찾았다. /AP연합뉴스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란차 곤살레스 외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양 정치국원은 왕이 외교부장이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자마자 바통을 이어받고 유럽을 찾았다. /AP연합뉴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전방위로 이뤄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고위관료들도 유럽과 아시아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미국의 제재로 벼랑 끝에 몰린 중국이 광폭외교로 우군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의 외교행보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1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14일 유럽연합(EU)과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통상 현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전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의 통화에서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각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날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과도 통화하며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 관료들의 순방도 잇따르고 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4개국을 방문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프랑스·독일 등 유럽 5개국을 찾았으며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도 이달 1~4일 미얀마·그리스·스페인을 방문했다.


중국이 대외행보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국의 압박이 거세져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의 외교 움직임에 대해 미중 갈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중국이 주변국들과의 연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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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상도 경제·외교·국방을 가리지 않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는 비자 제한 카드를 꺼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중국 군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에 대한 비자를 취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통령 포고령에 따라 이달 8일까지 비자 발급에 부적격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인 1,000여명의 비자 발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월29일 미국의 민감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빼내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면서 일부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포했으며 이는 6월1일부터 시행됐다.

미중 경제 갈등의 핵심인 화웨이 제재 역시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21개국에 있는 화웨이 계열사 38곳을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데 이어 15일부터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설계 등을 이용해 신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추가 제재를 발효한다.

미국은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대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 웨이보에 따르면 미국은 9일 탄도미사일 발사징후와 궤적 등을 추적할 수 있는 RC-135S코브라볼 정찰기를 서해상에 파견했다. 중국군은 4~11일 서해와 인접한 보하이의 다롄 인근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진행 중인데 이를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외교행보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는 중국의 노림수가 통하지 않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대미관계 악화에 따라 관계 강화를 위해 유럽을 방문해 홍콩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자국의 목소리를 내며 방어에 나섰지만 순방 5개국 중 4개국이 홍콩 문제를 우려하며 오히려 긴장관계가 부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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