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잠자는 기술 깨우면 韓벤처도 '백조'될 수 있죠"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 인터뷰

한국·이스라엘 산학연 손잡고

대학·연구소 유망기술 사업화땐

글로벌 시장서 큰 효과 가능성

양국 '기술협력센터' 설치 필요

이원재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이 협력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술 사업화에 나서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승현기자이원재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이 협력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술 사업화에 나서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승현기자



“한국과 이스라엘의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손잡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술 사업화’를 펴면 시너지가 크게 날 것입니다.”

이원재(37·사진)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는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양국이 협력해 시너지를 낸 좋은 예로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디지털 엑스레이 영상의료장비 회사인 나녹스(Nano-X)를 들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스라엘로 가 히브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군대를 마쳤다. 이후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실 아시아 경제보좌관으로 일했고 현재 한국·중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지역 투자와 기술이전을 맡고 있다.

그는 “군대에서 한국말이 서툴러 선임병들한테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웃음)”고 운을 뗀 뒤 “양국은 외세에 시달리고 안보환경이 녹록치 않고 광물자원이 부족하다. 하지만 인적자원이 뛰어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수출을 많이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비교했다. 한국은 제조능력이 뛰어나고, 이스라엘은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가 탄탄해 보완관계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국의 우수 협력사례로 든 이스라엘 ‘나녹스’의 경우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뒤 17거래일 연속 고공행진 중이다. SK텔레콤이 이 회사에 2대주주로 참여했고 한국에서 핵심부품의 제조까지 이뤄지도록 힘 썼다. 최대주주인 란 폴리아킨 대표는 최근 방한해 핵심 부품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칩 생산 공장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 가동하기로 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를 활용해 엑스레이나 CT를 찍는 것으로 기존 진공관 방식보다 방사선도 매우 적고 비용도 10%선에 불과해 선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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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일본 소니가 TV 화질 개선을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던 것인데 2010년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기술사업화에 강한 이스라엘이 헬스케어로 방향을 돌려 적용하게 됐다”며 “일본 후지필름과 대만 폭스콘도 나녹스에 투자했지만 반도체와 인공지능(AI)·헬스케어 기반이 있는 한국에서 제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병원 등에 기기(나녹스 아크)를 무료 설치하고 엑스레이와 CT를 찍을 때 각각 14달러와 40달러를 받으면 3개월 뒤 기기값도 회수할 수 있고 나녹스 클라우드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나녹스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한국 AI 기업 인수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요즈마는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제거하는 공기청정기 제조를 위해 한국기업과의 조인트벤처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히브리대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세먼지·바이러스의 분자 단위 정화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요즈마는 이전에도 코스닥사인 바이오리더스의 항암제 개발을 위해 와이즈만연구소의 P53 유전자 활용기술을 이전했고, 신테카바이오(유전체 빅데이터)와 SCM생명과학(줄기세포)에도 투자해 코스닥 상장을 도왔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만한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백조 찾기 프로젝트’가 중요한 비전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이스라엘과 손잡고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잠자고 있는 유망한 R&D 기술을 사업화 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국에 ‘한·이스라엘 기술협력센터’ 설치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한국 벤처가 세계로 나가면 백조가 될 수 있는데 작은 시장에서 미운 오리새끼가 됐다’고 비유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적으로 K-방역이 높이 평가받는 것을 기회로 삼아 바이오헬스케어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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