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 이후 보수 진영과 차별화 행보를 보여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어 두 정당 간의 밀월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는 15일 차기 대선주자를 소개하는 자리인 국민의힘 ‘미래혁신포럼’ 행사에서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최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에서 안철수 대표를 빼고 정권교체를 논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도층에 확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 대표께서 강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난 11일에도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는 청년정책 간담회 행사에서 축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행사에 이처럼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양당의 정책적 제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양당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부터 굵직한 현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 정책연대를 진행해온 바 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양당의 정강정책만 놓고 보면 두 정당 간의 차이가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합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고 말해 두 정당 간의 공통분모가 많음을 시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동안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도 바로 이 같은 두 정당 간의 공통분모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주 원내대표는 8월 한 라디오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 여부에 대해 “같이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밝혔다”며 “이제는 안 대표나 국민의당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고 안 대표 영입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7월에도 안 대표를 향해 “함께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정당 간의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형태에 대해서는 양당 지도부 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자신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연대설을 묻는 질문에 “(안 대표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에서 어떻게든 인물을 발굴해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를 내놓을 것”이라며 “밖에 계신 분들이 관심이 있으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의당의 흡수 합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3일 국민의힘에 대해 “당명도 바꾸고, 야권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시작에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선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창당 당시 그는 “진보·보수 등 ‘이념팔이’하는 기존 정당과는 다르다”며 “꿋꿋이 그 길로 가려 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