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다툼이 오히려 미국 기초연구 분야의 자금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대중 압박이 오히려 미국에서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미트 전 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BBC ‘토킹 비즈니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통한 화상 인터뷰에서 “현재까지는 미국이 기술혁신 분야에서 여전히 중국을 앞서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발명과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논문 발표에서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연구개발(R&D) 비용에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톱5 안에 드는 규모다. 중국은 이를 통해 결국 AI와 5세대(5G) 등 핵심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연구 발표 국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미중 간 기술격차가 사라진 이유로 자금 부족을 들었다. 슈미트는 “내 평생 미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R&D 리더였다”며 “하지만 최근 R&D 자금 비율은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쐈을 때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기술로비 단체인 정보기술혁신재단에 따르면 현재 미 정부의 경제 규모 대비 R&D 투자 비율은 6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결국 생산성 정체, 경쟁력 저하, 혁신 감소로 이어졌다고 슈미트는 지적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화웨이와 틱톡 등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가 중국의 혁신투자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슈미트는 “이러한 제재가 결국 중국으로 하여금 자국 제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올바른 전략은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경쟁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