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사측이 노동조합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때까지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산 허위 신고 의혹에 이어 직원 605명 정리해고 등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를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고위관계자는 최근 노조를 만나 “(노조만) 조용히 한다면 국민들은 이스타항공이 이 의원의 회사인지, 지원금을 받았는지도 모를 것”이라며 “이 의원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려고 해도 부담스럽다며 만남을 기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양동이로 불을 꺼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소방차를 부르기 위해 불을 키웠다”며 “조용히 지원금을 받았어야 한다”고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 의원 간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김 장관은 이 의원보다 한 살 위”라며 “누님 이라고 부를 만큼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분들을 만나 지원 문제를 의논했으나 노조의 행동을 제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뒤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아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에서 인수자 물색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6~8개 후보와 인수를 논의 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정난이 심화되자 지난 3월부터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605명의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98명의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또 보유 항공기를 6대로 축소하고 운항증명서(AOC)를 재발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이 위기에 빠지자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 일가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으나 정부와 여당을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이 의원이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고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 의원에게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최근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을 내세워 이 의원의 정치 후원금을 요구하고 민주당 당내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직원들을 불러 선거인단 모집 참여를 독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연말 정산’을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연간 500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납부하라는 제안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