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에서 몽골어교육 약화 반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관영 중국중앙(CC)TV의 저녁 메인 뉴스에 몽골족 앵커가 등장해 관심이다. 중국이 교육제도 변경으로 비(非)한족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얼굴마담’ 격으로 몽골족 앵커를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CCTV의 지난 12일 토요일 저녁 ‘신원롄보’의 메인 여성앵커로 바오샤오펑이 발탁돼 방송했다. 그는 네이멍구자치구 수도인 후허하오터 태생인 몽골족이다. 고등학교까지 후호하오터에서 보낸 후 1997년부터 베이징광파학원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곧바로 CCTV에 입사했다.
중국 정부가 신원롄보의 메인 앵커를 비한족에게 할당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신원롄보는 매일 저녁 7시(현지시각) 방송되는 데 중국 내 모든 채널은 이 시간대에는 신원롄보로 고정될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홍보 프로그램인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새로운 몽골족 앵커에 대해 시청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바오 앵커의 발탁은 최근 네이멍구에서의 시위 사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네이멍구의 몽골족들은 이달 초 개학 때부터 중국 정부의 한화(漢化·중국문화 동화)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네이멍구 교육 당국은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그간 몽골어로 가르치던 ‘중국어’ 과목을 중국어로 가르치는 ‘어문’(국어) 과목으로 바꾸었다. 이후 모든 학년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또 내년과 후년부터는 각각 도덕·법치(정치)와 역사 과목도 기존 몽골어에서 중국어로 수업언어를 바꾸기로 했다. 교과서는 중국 당국이 펴낸 통합 국정교과서를 사용한다.
이에 대해 지난달 말부터 네이멍구에서 수천 명의 몽골족이 이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중들은 학교 밖에서 ‘몽골어를 배우는 것은 빼앗길 수 없는 권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구호를 외쳤다. 인근 몽골에서도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네이멍구뿐만이 아니다. 이번 새 학기부터 일부 조선족 학교들도 한국어(조선어) 설명이 빠진 중국어 과목 교과서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이미 강화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시짱)자치구에선 이미 지난 2017년과 2018년부터 이 같은 제도가 도입돼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족학교 교재 등을 새로운 것으로 쓴다는 것 같다”면서 “조선족뿐만 아니라 소수민족들에 대해 중앙집권적 교육, 한화 강화 움직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