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가치주(Value stock)’는 지속적인 저성과를 보였고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가치주는 약 100년 만에 최악의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가치주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가치주는 지금의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현재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성장주(Growth stock)에 비해 손실 확률이 비교적 낮아 안전지향적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주의 저성과가 지속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성장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그렇다면 가치주 대신 성장주를 선택하는 것이 과연 ‘안전지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가치주를 항구라고 비유해보자. 항구는 잔잔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항구에 폭풍우가 친다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현재 가치주에 대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험난한 폭풍에 직면할 때마다 특유의 투지와 회복력에 대한 대가로 보상을 얻는다. 극 중 포레스트는 새우잡이 배를 구매해 댄 중위와 새우잡이에 나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험이 없는 그들은 실패를 맛본다. 하지만 곧 허리케인이 강타하고 포레스트의 배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두 사람은 바다로 나아가 드디어 새우를 넘치게 잡는다.
가치주 투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가치주는 극심한 저성과를 지속해서 거두었으나 여전히 가치주 투자 매니저들은 저성과라는 폭풍을 떠나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 혹 어떤 이들은 가치주 투자 매니저들을 보고 엉뚱한 바다에서 새우잡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폭풍우를 견뎌낼 수 있는 투지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보상이 기다린다.
물론 과거의 투자 성과 지표가 반드시 신뢰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최고의 매수 시기(동시에 최악의 매도 시기)는 상대적 성과에 급격한 하락이 발생한 이후였다. 가장 두려운 시기에 과감함을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마치 포레스트와 댄 중위의 새우잡이 일화처럼 변화무쌍한 파도를 극복하려는 투자자들이 일단 파도를 견디고 나면 잠재적 보상은 상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