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정상적 개최와 취소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일정은 연기되고,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14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홍보실장 김정윤의 진행으로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제는 10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정이 10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로 연기됐다.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1단계 상황에 맞춰 가능하면 정상 개최를 하려고 준비했으나 8월 중순 이후 상황이 급변하면서 개최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며 “엄중한 상황이라는 판단 하에 불가피하게 일정을 2주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개·폐막식과 레드카펫은 물론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있는 야외무대 인사, 오픈토크 등의 야외 행사와 소규모 모임은 진행하지 않는다. 해외 영화관계자 초청과 리셉션, 파티 역시 취소됐다.
영화 편수도 300여 편에서 68개국 192편으로 줄어들고, 상영은 영화의 전당 5개관에서만 진행된다. 평균 2~3회 상영됐던 영화들은 모두 1회씩만 스크린에 오르며, 온라인 예매만 가능하다. 아시안 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포럼 비프는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개막작은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조니 토, 원화평, 임영동, 서극 감독이 함께 한 영화 ‘칠중주:홍콩 이야기’가 선정됐다. 1950년부터 근미래까지 홍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내용으로, 각 감독이 연출한 7가지 이야기를 모았다. 폐막작은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일본 타쿠라 코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선정됐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지난해 홍콩 상황에 가장 적합한 영화”라며 “아시아에서 가장 세계화된 도시, 아시아 금융의 허브도시, 영화를 만든 7명의 홍콩 대가들의 삶을 담았다. 또 영화의 산실이었던 홍콩의 70년 역사를 1950년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기부터 21세기 번영과 자유를 희망하는 모습까지, 향수 어린 음악과 함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올해 모든 분이 무력함과 답답함을 느끼셨을 것에 착안해 가슴 훈훈한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연기된 영화제 일정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거나 격상될 경우 영화제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최종 개최 여부는 추석 연휴 전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며 결정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추세가 추석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비정상적인 영화제 개최도 못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온라인 개최는 준비돼있지 않다. 월드 프리미어되는 작품들이 온라인 공개를 곤란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게 유감스럽지만, 임시총회를 잘 마무리해주신 회원님과 도와주신 부산시와 의회, 영화인들의 바람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며 “특히 부산 시민들께 절대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매일매일 대책 회의를 통해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