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하반기 車시장 다시 암울..."개소세 폐지해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분석]

개소세 인하 폭 줄어든 탓

8월 국산차 판매량 5.6%↓

불황때만 인하 정책 되풀이

형평성 논란에 신뢰도 떨어져

ㅠ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내수시장이 다시 힘을 잃고 있다. 상반기 내수 자동차 판매를 견인했던 개별소비세 인하폭이 줄어든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난 1977년 자동차가 고가의 사치재였던 시절 도입된 개별소비세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내는 세금이 일본의 약 2배인 것으로 나타나 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7개사(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타타대우, 자일대우버스)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만 해도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1% 급증했지만 7월에는 9.9%로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 측은 개별소비세 인하폭 축소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올 3월부터 6월까지 개별소비세를 70%(5%→1.5%)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인하폭을 30%(5%→3.5%)로 낮추고 올해 말까지만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세제혜택까지 축소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소비심리와 고용이 악화해 중장기적인 수요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개별소비세 인하 덕에 한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상반기에 내수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개별소비세는 자동차가 고가의 사치재로 여겨졌던 1977년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세금(특별소비세)으로 출발했다는 점, 너무 잦은 인하정책 시행으로 세금의 존재 의미가 퇴색됐다는 점 등에서 이번 기회에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별소비세의 출발 자체가 한국의 특수성에 기인했던 만큼 우리나라 외에는 자동차 구매 시 비슷한 세금을 매기는 경우가 없다는 것도 폐지론에 힘을 실어준다. 자동차 업계가 치열한 국제경쟁에 처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과도한 세금으로 완성차 업체의 성장동력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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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국인 일본의 경우 별도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지난해 10월 취득세까지 폐지하면서 자동차 소비를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동차 취득 시 최대 3%의 환경성능비율세와 소비세(10%)만 납부하면 된다. 한국은 개별소비세 5%, 교육세 1.5%, 부가가치세 10%, 취득세 7%가 붙어 일본보다 내야 하는 세금이 1.9배 이상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공장도가격이 2,000만원인 자동차를 살 때(연비 ℓ당 15㎞) 일본은 총 세금이 266만원이지만 한국은 507만100원에 달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인하정책을 빼 들어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정책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은 최근 들어 그 시행주기가 짧아지고 인하 적용기간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했던 정부는 그로부터 3년2개월 후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지자 또다시 4개월간 인하정책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메르스 사태 때 10개월, 2년1개월 후 17개월간(경기침체) 30% 인하에 나섰고 2개월 만인 올 3월부터 올해 말까지 10개월간 또다시 인하정책을 펴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외국 사례를 찾기 어려워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의 과도한 세금 부과로 보인다”며 “과거 사치재에 부과했던 세금이어서 입법 목적을 상실한데다 오락가락 정책으로 세금을 낸 소비자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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