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7개월 만에 다시 6만원대 벽을 넘어섰다. 올 3·4분기 영업이익이 2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 등이 반영되면서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1년 내 최대 40% 이상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가운데 ‘6만원 허들’을 완전히 넘어서고 강세 흐름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37%(1,400원) 상승한 6만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6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월20일(6만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 6만원은 액면분할하기 전의 가격으로 300만원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그간 6만원 벽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초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자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이에 1월20일 올해 최고 종가인 6만2,4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4만2,500원까지 하락한 것이다.
이후 시장의 회복과 함께 삼성전자도 조금씩 반등했다. 장중 6만원 벽을 넘나드는 모습도 나타났다.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이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데다 올 2·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자 이를 계기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초 이후 순매수한 금액만 7조8,300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가지 못해 곧바로 5만원선으로 돌아왔다. 145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실망감을 이번에는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최근 삼성전자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올 하반기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2조8,622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27조7,685억원 대비 약 18% 증가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3·4분기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휴대폰 및 가전 사업부의 주도로 회사 이익이 크게 증가하며 미국의 중국 제재도 삼성전자에 나쁠 게 없다는 예상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11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IM(인터넷·모바일) 부문에서 이익 개선이 가시적이며 중국의 1위 파운드리 기업 SMIC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많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올 연저점 대비 상승률은 42.11%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저점 대비 66.56% 오른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경쟁사와 비교해 저평가됐다는 설명도 적지 않다. KB증권이 분석한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순이익(12개월 선행 EPS)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인데 이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의 24.7배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증권사의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는 올해 영업이익이 33조4,390억원 수준이고 오는 2021년 43조2,000억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더 오를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1개월 내놓은 목표주가의 평균치도 7만3,364원 수준에 이른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6,000원까지 제시했다. 일본계인 다이와캐피털도 9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5000원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운용센터장은 “반도체가 ‘빅 사이클’이 아닌데도 가전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기초 체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을 감안한다면 삼성전자를 상향세로 봐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