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2012년에만 유럽인 63만명이 환경오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환경오염과 관련된 암, 심혈관·호흡기 질병 등 때문이다.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 수는 9월 기준 19만명. 남은 4개월간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해 사망자가 두 배로 불어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희생자 수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하버드 TH챈 보건대학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빨라진 지구온난화와 개발을 위한 무분별한 산림 훼손으로 동물 서식지가 급격히 줄었다. 결국 동물은 인간의 생활공간까지 내려와 인간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밖에 없었으니 인수공통전염병이 빈번하게 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환경오염으로 전염병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쁜 대기 질을 보이는 지역일수록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올 4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기후위기는 21세기 공중보건의 위기로도 정의된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이번 대유행은 코로나19라는 탈을 쓴 기후위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부분 사람에게 기후위기는 ‘위험하기는 하나 목숨에 직결되지는 않는 것’에 머물러 있다. 언제든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등 기꺼이 일상을 바꾼 사람은 많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선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단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후위기를 체감했다는 사람만 늘어났을 뿐이다.
세계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모여 기후위기를 경고한 때가 1979년이다. 40년이 흘러도 기후위기가 사람들에게 감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참담하다. 기후위기는 우리 삶을 겨냥하는 실재적인 위협이다. 코로나19는 기후위기의 또 다른 이름이고 그래서 진짜 방역은 기후재앙을 늦출 필사적인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