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석 달 째 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거꾸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원가 방어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잇달아 금리 조정에 들어갔다. 올해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채 발행 증가 등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0.81%)보다 0.01%포인트 떨어진 0.8%로 집계됐다. 9개월 연속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갱신했다. 같은 기간 잔액 기준 코픽스도 전달보다 0.06%포인트 내린 1.35%, 신(新) 잔액 기준 코픽스도 0.04%포인트 내린 1.07%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계속된 코픽스 하락세에도 일부 주요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한 달 전에 비해 오히려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한 달 전보다 0.2~0.4%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픽스를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으로 삼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날부터 한 달 간 적용되는 주담대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를 연 2.62~3.82%로 책정했다. 전날에 비하면 금리대가 0.09%포인트 올랐고 한 달 전에 비해서는 최저금리가 0.39%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하순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폐지한 데 이어 이날부터 주담대 변동금리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금리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해온 NH농협은행도 이날 주담대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를 연 2.23~3.64%로 책정했다. 코픽스 하락에 따라 전날보다는 0.01%포인트 내렸지만 한 달 전에 비하면 최저금리가 0.2%포인트 올랐다. 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대출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우대금리 폭을 0.2%포인트 축소했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대응 차원이라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 금리를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으로 삼는 신한·하나은행도 시장금리 상승세에 따라 주담대 금리가 올랐다. 신한은행의 이날 신규취급액·신잔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2.64~3.89%다. 한 달 전보다 0.33%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같은 기간 금융채 AAA 5년물 금리가 0.3%포인트가량 오른 데 따른 조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이날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를 2.612~3.912%로 책정했다. 한 달 전보다 0.132%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가 오른 것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잇단 추가경정예산 재원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최근 시장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는 우리은행은 이날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2.28~3.88%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렸다. 코픽스 인하폭을 그대로 반영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초 가산금리를 0.02%포인트 상향 조정한 뒤 추가 조정은 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