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1세대 전문경영인인 이춘림(사진)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16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의 해외진출 기반을 닦은 ‘현대 신화’의 산증인으로 평가된다.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한 스타일로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특히 오전6시 현장에 나가 일을 챙기는 야전사령관 스타일로 임직원 사이에서는 ‘벵골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대건설 사장을 거쳐 현대중공업 사장·회장, 현대종합상사 사장·회장 등을 맡는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1929년 함경남도 함흥 출생인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공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57년 현대그룹에 입사했다. 현대건설 공채 1기다. 서울대 건축학과 재학시절 선친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분이 계기가 돼 부대 막사, 교회 건축을 도와주면서 연을 맺었다.
정 명예회장이 1966년 당시 현대건설 상무였던 이 전 회장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 조선소를 방문한 뒤 우리나라에 조선소를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8년 뒤인 1974년 울산 앞바다에 세계 최대 조선소가 세워졌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현장 경험을 통한 추진력이 세계 조선산업 내에서 현대중공업이 다양한 기록을 세우게 하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현대그룹이 1995년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맞으면서 다른 1세대 경영인들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대그룹 고문과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고인은 또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포니 정’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절친한 친구 사이로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 오전8시10분이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