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이용해 실리콘 태양전지의 제조공정은 단순화하면서도 전지효율은 끌어 올리는 기술이 나왔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 태양전지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의 최경진 교수팀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후면 분리막’(또는 후면 전계층)의 성능을 개선하고 제조공정은 단순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분리막은 태양전지의 효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지 구성층이다. 연구진은 유기물로 이뤄진 분리막에 물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성능은 높이고 고가의 전지 제조 공정은 줄였다.
교신저자인 최경진 교수는 “유기 박막(강유전체)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n형·p형 실리콘 태양전지에 모두에 이 박막을 쓸 수 있다” 며 “이번 연구로 유기 물질 박막의 고질적 문제인 온도·습도 불안정성도 해결해 상용화 가능성이 밝다”고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실리콘 태양전지 후면 분리막은 광 생성 전자와 정공(전자의 빈 상태를 나타내는 가상의 입자)간 재결합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광을 받은 광활성층(실리콘, 페로브스카이트 등)이 전자와 정공을 내놓는데 이 전자(음전하,-)와 정공(양전하,+)이 결합해 사라지는 것을 막는다. 전지가 생산하는 전력량은 전자와 정공 양이 결정하므로 전지 효율을 높이려면 이들의 재결합을 효과적으로 막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최 교수 연구팀은 유기물 강유전체 박막에 미량의 물을 첨가해 분리막의 효율을 높였다. 기름처럼 물을 싫어하는 유기 박막에 물을 첨가하면 수 마이크론(μm, 10-6) 길이의 파이버 형상 유기물 입자가 조밀하고 규칙적인 구조로 정렬된다. 미세구조가 정렬됨에 따라 전자는 끌어당기고 정공은 밀어내는 힘이 더 커져 분리막의 성능이 좋아진다. 또 전지 제조 과정 중 분리막에 ‘구멍’을 뚫는 고가의 공정이 필요없다. 분리막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이라 구멍을 뚫어 전자와 정공의 통로를 만들어 줘야한다. 반면 새롭게 개발된 분리막은 첨가됐던 물을 증발시켜 제거함으로써 그 자리에 구멍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제1저자인 UNIST 신소재공학부 강성범 연구원은 “유기 박막 내부 미세구조의 정렬현상(결정성 증가)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 방식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로 무기물에 한정돼 있던 실리콘 태양전지 후면 전계층 기술을 유기물로 확장했다”며 “고가의 진공장비가 필요한 무기 박막 태양전지와 달리 유기 박막을 쓸 경우 공정이 간편해져 가격경쟁력을 갖춘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9월 13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