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법은 ‘상선약수’처럼 그냥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태를 포용할수록 좋다. 상식대로 행동했는데 부지불식간에 법을 어긴 것이라면 억울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법률가가 아닌 이상 일부러 법을 공부하며 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의식주에 대한 법이라면 더욱 그렇다. 먹고 자고 입고 사는 문제까지 법을 공부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은 집을 사고팔기 위해,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네 차례인지 열한 차례인지 스물다섯 차례인지 모를 대책이 쏟아지면서 너무나 많은 개념과 기준·항목이 바뀌고 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난도도 높다. 정부가 법에 대한 해설집을 내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모호하고 어렵다. 이를테면 이렇다. 집을 사면 은행에서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동네별, 주택 수별, 구매 주택의 가격대별로 경우가 다 다르다’이다. 세금으로 넘어가면 더욱 복잡해진다. 일시적 2주택자의 경우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하는 기간이 양도세(2년) 다르고, 취득세(1년) 다르다. 여기에 주택임대차법까지 개정돼 전월세 시장의 제도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부동산법은 고차방정식이 됐다.
국민들 입장에서 이를 무시하고 살 수도 없다. 법은 칼 같은 면이 있어 뒤늦게 ‘몰랐다’고 하더라도 세금이나 계약금 손실, 과태료 등의 문제를 없던 것으로 되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들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목을 빼고 지켜보며 진도를 따라잡으려 애를 쓴다. 이렇게까지 부동산정책이, 국가가 내 삶에 깊이 끼어든 적이 있었던가. 인터넷 논객 삼호어묵은 “생업에 집중해야 할 국민들이 장관 이름을 줄줄 외고 있는 상황이 정상이냐”고 했다.
그저 집을 사고팔고, 셋집을 구하고, 이사하는 평범함이 지금은 먼 얘기가 됐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정책을 대상으로 한 위헌심판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규제의 난이도를 넘어 규제 내용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정책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범한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지금 상황이 ‘노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을 잡는 것은 국민들이 집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본질은 국민들이 고통받지 않는 것이다. 법이 일상에 끼어들고 그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면 가격 통계가 아무리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한들 박수받을 성과는 아닌 듯하다. 집값 통계 관리를 위해 국민들이 불편과 불안을 감내하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의 틀을 바꿔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고민이 필요할 때다.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