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급증하는 신용대출에 ‘핀셋 규제’를 예고하고 나서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서둘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막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사흘 사이에 5대 시중은행에서만 신용대출이 또다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자금 일정에 따라 미래 대출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물론 급전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만약에 대비해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사람들까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득·고신용자의 고액 대출을 중심으로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미 신용대출을 받았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벌써 연장분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된다.
17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14~16일 이들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9,929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3,300억원씩 늘어난 것인데 이는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한 8월(2,035억원)보다도 2배 빠른 속도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핀셋 규제 현실화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앞서 10일과 14일 주요 은행 여신 담당자와 회의를 열고 과도한 신용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고소득·고신용자가 소득의 2~3배 수준으로 많은 금액을 빌리는 데 대해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억원 규모의 거액 신용대출은 생활안정자금 용도보다는 부동산대출 규제를 우회한 주택 매매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이미 은행들은 실제 우량차주 대상 최대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보다 철저한 심사를 적용하는 대출비율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대출이 예년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난 일부 은행은 이미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대환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통상 신용대출은 만기가 1년으로 짧아 대출을 계속 이용하려면 매년 연장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은행권이 일괄적으로 대출 죄기에 나서면 개인의 신용등급이나 소득 등 대출 조건에 변동이 없는데도 만기 연장 시기에 한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대출 규모가 어마어마할 텐데 한도를 줄일 경우 연장분에도 이를 적용할지를 두고 은행 안팎에서도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