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탈모 치료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하는 자료도 정확하지 않으며, 환자 수나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다. 관심도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연구나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보니 여기저기 떠도는 무분별한 정보에 휩쓸려 탈모란 질환을 오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흔히 탈모(脫毛)라고 하면 한자어 그대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대머리라고 부르는 안드로겐 탈모는 단순히 모발이 빠지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질환이다.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조차 잘 알지 못하는 개념이 탈모에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형태와 가늘어지는 형태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이다. 빠지는 탈모에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원형탈모, 항암치료 후에 모발을 만들어내지 못해서 발생하는 생장기 탈모, 가을철이나 출산 후에 모발의 일시적 주기 이상으로 발생하는 휴지기 탈모 등이 있다. 하루 평균 빠지는 모발이 100개 전후에서 수백 개로 증가하거나 국소적으로 한 자리에서만 집중적으로 빠지면 대개 원인만 교정해주면 회복된다.
반면 전체 탈모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안드로겐 탈모는 전혀 다른 형태다. 빠진 형태에 따라 M자 모양으로 모발선이 뒤로 후퇴하는 남성형 탈모, 모발선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가르마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는 여성형 탈모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벗을 탈(脫)’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와 달리 실제로 빠지는 모발의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정 부위의 모발이 다른 부위에 비해 가늘어짐으로써 숱이 적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안드로겐 탈모 환자의 모발이 가늘어지는 원인은 ‘모낭의 소형화’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체내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돼 모낭에 직접 작용하고 모발이 충분히 성장하기도 전에 다음 사이클(모주기)로 넘어가게 해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가늘어진 모발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진행된 환자라도 두피를 자세히 관찰하면 솜털이 보인다.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먹는(경구) 약들은 DHT 생성을 억제해 모발이 가늘어지는 과정을 막아줌으로써 원래 굵기로 돌아오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피나스테라이드 또는 두타스테라이드 성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작용을 하는 약제를 통해 호르몬을 차단하는 방법이 아니면 대머리로 불리는 안드로겐 탈모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모인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탈모 샴푸, 약용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제품들은 안드로겐 탈모의 병태생리에 작용하는 게 아니어서 효과가 미미한데도 환자들을 현혹시켜 엄청난 돈을 낭비하게 만든다. 탈모 샴푸는 두피에 발생하는 염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약용 효모는 케라틴이라는 모발 생성 원료 단백질 성분이 포함됐을 뿐 효모 자체의 효과는 크지 않다.
이런 방법들은 안드로겐 탈모의 근본적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민간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 40대 이전 환자들의 99% 이상, 40대 이후라고 90% 이상이 최소한 현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얇아지는 안드로겐 탈모의 징후가 보이면 늦기 전에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