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정세현 "北 식량 지원, 여론 눈치 보지 말아야"... 손재식 "핵·세습, 동독과 달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전직 장관 모아 간담회

진보·보수 정권 출신 따라 장관들 인식차 보여

이홍구 "장관 개인 노력보다 외부 정세가 결정"

'남북끼리 우선 해 보자' 文대통령과 먼 인식

정세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정세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전직 통일부 장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대북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진보 정부 출신과 보수 정부 출신 장관들 간 인식이 상당히 엇갈리는 분위기를 보였다.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는 이 장관을 비롯해 이홍구·손재식·이세기·정세현 등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장관은 우선 지난달 세상을 떠난 류길재 전 장관의 명복을 빈 뒤 “지난 1989년에 이홍구 전 국무총리님께서 여야 합의를 통해서 통일방안의 기틀을 놓으신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지났고 그 본류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한미동맹도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 동맹으로 더 발전하고 진화해 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 장관은 최근 ‘한미동맹은 냉전동맹’이라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 안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해 평화 동맹으로 더 나아갈 때 삼위일체 가치 동맹이 완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달아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 장관이 열심히 노력하시는데 북한의 반응이 일체 없는 건 틀림 없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계속 그렇게 두드리고 작은 보폭 정책으로 나가시다 보면 결국 북쪽도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대북 지원 규모를 거론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어 북쪽에서는 적게 주면 안 받는다고 할 것”이라며 “처음부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식량 40만~50만톤 지원 얘기를 꺼낼 수는 없겠지만 여론 눈치만 보지 말고 식량 문제도 남북 간 화해·협력 단계로 다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이홍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반면 전두환 정부 때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을 지낸 손재식 전 장관은 독일 통일 사례를 언급하며 “통일 전 동독과 북한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독은 서독을 침범한 일도, 핵을 개발한 일도, 부자 세습 체제를 구축한 일도, 기본 조약을 파기한 일도 없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동독과) 여러 가지로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 통일은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의 합작품”이라며 “진보 정부가 동방정책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구축했고 보수 정부가 통일을 이룩했다”고 덧붙였다.


노태우 정부 때 국토통일원 장관을 거친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통일부 장관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것보다 국내외 정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사실 어떻게 보면 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이 부각한 이 전 총리의 성과는 이 전 총리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1987년 민주화, 1988년 서울 올림픽, 1989년 동독을 비롯한 동구권의 몰락 등 국내외 사정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었다.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에서 남북 간의 노력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장관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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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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