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생후 6개월~만 18세 청소년과 노인, 임신부 등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독감 백신 무료 접종 확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조4,431억원 규모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정부 원안대로 의결했지만 ‘전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은 부대 의견으로 기록되면서 공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간 것. 이에 대해 질병 당국과 제약 업계는 “전 국민 무료 접종은 비현실적,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혼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부터 생후 6개월~만18세 청소년, 노인, 임신부 등 무료 접종 |
17일 질병관리청은 오는 22일부터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및 임신부 등 1,900만 명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접종을 본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12세 이하, 만 65세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그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백신도 기존 3가에서 4가 백신으로 변경했다. 4가 백신은 4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어 3가에 비해 효과적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독감 백신 접종을 22일부터는 18세 이하 소아·청소년(2002년 1월 1일~2020년 8월 31일 출생아)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초·중·고의 경우 만 16~18세 고교생은 22일부터, 만 13~15세 중학생은 10월 5일부터, 만 7~12세 초등학생은 10월 19일부터 접종을 받도록 기간을 세분화 했다. 만 62세 이상 어르신은 다음 달 중순부터 무료 접종이 시작된다. 만 75세 이상은 10월 13일부터 만 70~74세는 10월 20일부터, 만 62~69세는 10월 27일 부터다. 아동의 경우 백신을 2회 이상 맞아야 하므로 이 달 8일부터 접종을 진행 중이다.
"무료 접종 대상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황당 주장에... 질병 당국 '과유불급' |
이처럼 질병 당국은 혼잡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백신 접종 대상자를 세분화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이 4차 추경 예산 편성과 관련해 여당의 통신이 2만원 일괄지원 방침에 맞대응하고자 전 국민 독감 백신 접종 카드를 꺼낸 것. 특히 이 날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4차 추경은 정부 원안대로 의결됐지만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부대 의견으로 기록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질병 당국과 제약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무료 독감예방 접종의 대상은 총 1,900만 명 가량으로 전 국민의 37%에 해당한다. 질병 당국은 올해 독감 예방
접종 대상 범위를 확대하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동시 유행에 대비해 지난 해 유통량보다 24%, 사용량보다는 36% 증가한 총 2,964만 도즈(전 국민의 57% 수준)로 공급을 확대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수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날 보건복지위에서 “전 세계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나라는 없다”며 전 국민 무료화 주장에 선을 그었다. 정부가 늘린 물량으로 충분히 무료 접종이 필요한 인구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 합의해도 추가 생산 불가능...'올해 생산은 끝났다' |
설령 정치권에서 전 국민 무료화를 합의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백신 생산이 불가능하다. 통상 북반구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독감 유행 시기를 11월부터 3월까지로 보고 3~8월에 독감 백신을 생산한 후 식품 의약품 안전처 승인을 거쳐 시중에 유통한다. 독감 백신은 유정란에 균주를 이식하거나 세포 배양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유행균주 바이러스를 받아 세포나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넣어 증식시켜 백신을 만들기 때문에 생산에 3~4개월, 5~6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검증기간까지 거치면 시간은 더 추가된다. 추가 생산이 불가능한 이유다.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들 역시 “올해 국내에 보급할 물량 생산은 이미 끝났고 해외에 수출도 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공급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만약 생산이 가능하거나 해외 수입을 해 올 수 있다면 전 국민 접종이 유용할까. 이에 대해서도 질병당국과 의료계의 대답은 ‘아니오’다. 의료계는 전 국민의 50% 이상에게 접종해 절반가량인 30% 이상에 항체가 생기면 대유행을 막는 방역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전 국민 접종은 과잉 처방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독감은 국민의 50%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해 유행을 관리하는 게 (통상 세계 질병관리의) 이론적인 배경”이라며 “우리나라는 이번 절기에 시중에 필수 예방접종과 민간이 확보하게 될 접종량을 합하면 전체 인구의 약 57%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돼 불안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자칫 기저질환자, 노인 등 필요한 인구가 적기에 백신을 보급받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현재 백신 공급량은 인플루엔자 유행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이며, 인플루엔자 치료제도 시중에 충분히 공급되어 있어 유행에 대응 가능하므로 국민들께서는 과도한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