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예비 집주인’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야당에서 발의됐다. 현행법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 매매계약서를 썼더라도 등기절차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법적인 집주인이 아닌 경우에는 세입자가 “2년 더 살겠다”고 해도 거부할 권리가 없다. 현장에서는 새 집주인과 임차인 간의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주택 매수자가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3에 규정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거절 조건에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양수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포함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등기를 마치기 전인 예비 집주인이라도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 된다.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에 따라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2년 더 임대차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갖는다. 집주인은 본인 또는 직계존속이 실거주할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지만 현재 계약이 진행 중인 매수인(예비 집주인)의 경우 실거주 의사를 밝혔더라도 청구권을 거절할 수 없어 ‘강제 갭투자’가 돼버린다는 피해호소가 잇따랐다. 특히 계약 전 세입자가 현 집주인에게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말을 바꿔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러다 보니 실거주 매수자가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는 피해사례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전세 낀 매물의 경우 정상가보다 가격이 낮은 ‘세입자 디스카운트’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3법 통과 이전에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은 매물은 입주 가능 매물과 동일하게 인식됐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쟁사례가 실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매수자들이 임대차 기간이 6개월이 남지 않았더라도 전세 낀 매물은 일단 기피한다”고 말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김 의원의 질의에 대해 “현재 법으로는 (실거주 매수자의 거주가) 안 된다”며 “임차기간이 4년으로 늘었다는 것을 전제로 매매거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갭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행법은 집을 장만하고 싶은 1가구 1주택 희망 가족과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피해뿐 아니라, 나중에는 결국 임차인마저 거주할 주택을 찾지 못하는 사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을 시작으로 비정상적인 부동산 정책들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