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내정간섭 말라" 中, 미 인사 대만 방문에 무력시위

키스 크라크 美 차관, 대만 방문…대만 총통 예방

中 군용기, 한 시간동안 대만 영공 근접 접근

동중국해서 이달 들어 두 번째로 훈련 진행

중국 국방부 "국가주권 수호 위한 정당한 행동"

17일(현지시간) 키스 크라크(왼쪽에서 네번째)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해 대만 고위급 관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EPA연합뉴스17일(현지시간) 키스 크라크(왼쪽에서 네번째)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해 대만 고위급 관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EPA연합뉴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무력시위성 군사활동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1979년 단교 후 처음으로 미국 최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대만을 찾으며 과감한 밀착 행보를 보이자 중국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들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약 한 시간 동안 대만 서남부와 서부, 북부, 서북 공역에서 동시에 대만 섬 쪽으로 접근했다. 대만 전투기들은 “우리 영공에 접근했다”며 무전으로 22차례나 경고해 퇴거를 유도했다.

중국군은 같은 날 동중국해에서도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9일께 저장성 근해에서 실시한 훈련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훈련이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해협 부근에서 실전화 훈련을 한다”며 “이는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한 키스 크라크(왼쪽)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AP연합뉴스17일(현지시간)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한 키스 크라크(왼쪽)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AP연합뉴스


중국은 ‘외세’, ‘내정간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런 대변인은 “대만은 신성한 중국 영토에서 뗄 수 없는 일부다.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미국과 (대만) 민진당 당국이 결탁을 강화하고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대만으로 중국을 제어하려는 것이나 외국의 힘을 빌려 자신을 높이려는 것 모두 헛된 망상으로 막다른 길에 내몰릴 것이다. 불장난하다가는 스스로 불에 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에 대해 “중국은 상황 발전에 따라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라크 차관은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크라크 차관은 이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예방해 국제 정세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다. 또한 크라크 차관 일행은 여러 대만 관료들을 만나 미국과 대만이 새로 열기로 합의한 고위급 ‘경제·상업 대화’ 개최 방안 등 다양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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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현지시간)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과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EPA연합뉴스지난달 10일(현지시간)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과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EPA연합뉴스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의 잇따른 대만 방문은 중국과 맞서고 있는 대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9일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을 만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대만 주변에 수시로 군용기와 군함을 투입해 중국에 ‘대만 수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대만에 최첨단 전투기, 전차,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17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낸 성명에서 “1979년 이후 미국 국무부의 최고위 관리가 대만을 방문한 것은 대만과 미국 양국의 긴밀한 우호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대만과 미국 사이의 경제적 연결을 한 걸음 더 견실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대만 내 일각의 반대에도 가축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결정을 한 것도 미국과의 FTA 체결을 위한 양보 차원의 조처로 해석됐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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