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비판에 재갈 물리면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온다

여권이 자신들의 잘못을 비판하는 단체·학계·언론 등을 상대로 강경 대응하면서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대응 방법으로 압박, 사퇴 요구, 고소·고발 등이 총동원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낸 조세재정연구원에 대해 18일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 도를 넘는 공격을 퍼부었다. 이 지사는 15일에도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쏘아붙였다.


집값 폭등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더불어민주당의 다주택자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자 한 여당 의원은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권력기관장도 공격 대상이다. 7월 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 출석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국정운영 철학과 맞지 않으면 감사원장에서 물러나라”며 사퇴 압박까지 했다. 최 원장이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등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몰아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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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언론 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언론 대상 소송 236건 가운데 고위공직자가 제기한 것이 41건으로 17.4%를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210건 중 12건으로 5.7%였다. 오죽하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한국 진보 정권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고 했겠는가.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낸 사람들에 대해 소송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비판을 하더라도 경청하고 건설적 대안을 찾는 게 민주주의 정부의 자세다. 쓴소리가 듣기 거북하다고 소송을 걸고 압박하면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위축시킨다. 비판 세력에게 되레 겁을 주고 오기의 정치를 펴면 헌법 2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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