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인기 작가들의 신작 소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너무 한낮의 연애’의 김금희, ‘아몬드’의 손원평, ‘디디의 우산’의 황정은 등이 신작을 냈다는 소식이 소설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김금희의 새 작품은 ‘복자에게(문학동네 펴냄)’다. 그 어느 지역보다 여성이 열심히 일하는 섬 제주가 소설의 배경이다. 실패라는 게 개인의 인생을 꺾고 무너뜨리지만, 등장인물들은 때로는 스스로 다독이고 때로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김금희는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독자들에게 전한다.
영화감독에서 다시 작가로 돌아온 손원평의 ‘프리즘(은행나무 펴냄)’은 전작 ‘아몬드’를 떠올리며 책장을 펼친 독자들을 다소 당황하게 한다. ‘아몬드(창비 펴냄)’나 영화 ‘침입자’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빛의 각도와 양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뿜는 프리즘처럼 저마다 다른 상처와 사연을 품고 색깔이 다른 사랑을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밀도 높은 문장으로 풀어냈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프리즘에 쏟아지는 빛이 달라지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사랑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따라 변한다. 또 프리즘 단면에 생긴 긁힌 자국이 빛의 굴절을 만들듯이 상처 입은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진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이다.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소설가’로 불리는 황정은의 신작은 ‘연년세세(창비 펴냄)’다. 황정은은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대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을 정도로 문단의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다.
연년세세는 ‘파묘(破墓)’, ‘하고 싶은 말’, ‘무명(無名)’, ‘다가오는 것들’ 등 네 편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이다. 어린 시절 ‘순자’로 불렸던 1946년생 이순일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각 시절 여성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