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전자업계는 3·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깜짝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는 시장이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가전과 스마트폰이 이끄는 호실적이 기대된다.
20일 국내 주요 증권사 실적 전망을 종합한 결과 3·4분기 전자업계는 소비 욕구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콕’ 수요, 그리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 모바일·가전이라는 삼각편대를 보유한 삼성전자(005930)는 3·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웃돌며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에 버금가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이 최대 1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액 전망치는 64조5,000억~66조8,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32~33%가량 뛴 것이다. 만약 예상대로 10조원대 영업이익이 나온다면 2018년 4·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7분기 만의 호실적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끌고 가전 밀고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3·4분기에 출시된 갤럭시노트20 시리즈와 갤럭시Z 플립2 등 전략모델이 전 세계 시장에서 선방하며 상반기 내내 주춤했던 모바일(IM) 부문에서 4조원 넘는 수익이 기대된다. 지난 2·4분기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5,400만대까지 뚝 떨어졌던 스마트폰 판매량이 8,000만대로 올라선 덕분이다. 여기에 각국의 이동제한 정책으로 억눌려 있던 북미·유럽 지역의 소비심리가 높아지며 가전 매출이 높아진 것도 힘을 더했다. ‘집콕족’ 덕분에 글로벌 TV 판매는 전 분기보다 70% 이상 증가한 140만대로 점쳐진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소비자가전(CE) 부문 영업이익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수직계열화에 강점을 보유한 회사”라며 “스마트폰 출하량이 견조할 경우 전체 부품 출하량도 증가하며 전사적으로 이익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전자(066570), 건조기·의류관리기 ‘코로나 특수’
가전명가 LG전자도 국내외에서 ‘코로나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류관리기와 건조기·식기세척기 등 건강가전의 매출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집콕족의 TV 수요가 실적의 플러스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적자 상태가 이어졌던 스마트폰(MC)·자동차전장(VS) 부문에서 신제품 및 고객사 추가 효과가 나타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했다. 영업이익은 8,200억~9,500억원 수준으로 점쳐졌다. 직전분기 영업이익은 4,954억원이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의 60%를 차지하는 북미에서 V60과 벨벳 5G 폰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회복 효과가 실적에 반영됐다”며 “내수는 환경가전 판매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000660), 3분기 영업이익 7.7조~8조 기대
반도체 분야는 미국의 초강력 제재를 앞둔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선매수로 예상보다는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하고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어 상반기 대비 실적이 나빠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5조원 수준으로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반도체 기업인 SK(034730)하이닉스가 3·4분기에 7조7,000억~8조원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000억원대로 수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15% 이상, 영업이익은 159% 증가한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3차 제재 영향으로 8월과 9월 긴급출하 물량이 증가한 부분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