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를 두려워하지 않는 닥공(닥치고 공격) 골프.’
제120회 US 오픈 골프대회 정상 고지에 다가선 유력 우승후보 매슈 울프(21)와 브라이슨 디섐보(27·이상 미국)의 공통점이다. 깊은 러프를 피해 페어웨이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러프에 빠지더라도 일단 멀리 때려놓고 보는 두 장타자가 순위표 상단에 포진했다.
‘움찔 스윙’ 울프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US 오픈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라운드까지 이븐파 공동 7위였던 그는 이날 버디 6개(보기 1개)를 뽑아내 중간합계 5언더파 205타를 기록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8~2019시즌에 데뷔한 울프는 이번이 US 오픈 데뷔전이다. 울프가 최종일 선두를 지키면 1913년 당시 20세 아마추어였던 프란시스 위멧(미국) 이후 무려 107년 만에 US 오픈 첫 출전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루게 된다. 울프는 프로 전향 한 달 만이던 지난해 7월 스폰서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3M 오픈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백스윙을 시작하기 직전 움찔하며 고개를 목표 방향으로 향했다가 되돌리는 독특한 동작으로 화제가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날 울프가 단 2차례만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궜다는 점(안착률 14%)이 놀랍다. 볼이 러프를 찾아 다녔지만 평균 344.4야드의 로켓포 덕에 짧은 거리를 남기면서 72.22%의 그린 적중률로 13차례나 버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전반에만 5개의 버디를 잡은 그는 16번홀(파4)에서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으나 마지막 18번홀(파4) 버디로 만회했다.
2019~2020시즌 장타왕 디섐보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3언더파를 유지했지만 2타 차 단독 2위를 지켜 첫 메이저 우승을 가시권 안에 뒀다. 디섐보 역시 322야드 장타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21%에 그쳤지만 61%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하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높은 코스 난도 속에 우승컵의 향방은 예측불허다. 2010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인 베테랑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1언더파 3위에 올랐고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잰더 쇼플리, 해리스 잉글리시(이상 미국)가 이븐파 공동 4위에 자리했다. 2011년 US 오픈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오버파 7위로 뒤를 이었다. 임성재(22)는 8오버파 공동 34위다.
한편 타이거 우즈(45)와 필 미컬슨(50·이상 미국)은 전날 컷 통과에 실패해 윙드풋 골프클럽과의 악연을 끊지 못했다. US 오픈에서 3차례나 우승했지만 2006년 윙드풋 대회에서 컷 탈락했던 우즈는 이번 1·2라운드 합계 10오버파(73-77타)를 쳤다. 미컬슨은 13오버파를 기록했다. 그랜드슬램에 US 오픈 우승컵만 빠진 미컬슨은 2006년 이곳에서 최종 라운드 17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6차례 US 오픈 준우승 중 가장 뼈아픈 기억을 남긴 데 이어 올해는 2라운드를 마치고 짐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