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 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해 야권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해당 기념사를 두고 “연설 자체는 잘 구성돼 있었지만 심장에 와 닿지 않았다”며 “공허하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1987년생 초선 비례대표인 장 의원은 21일 오전 전파를 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청년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지만 안타깝게 다가서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공정이라는 키워드가 청년들한테 중요하구나라고 하는 데까지는 알고 있고, 굉장히 의식했지만 그 말을 반복할수록 왠지 더 추상적이게 되는 느낌(이었다)”며 “어떤 점에서는 정부가 청년들을 좀 불편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람을 어떻게 잘 대하는 게 뭔지 모르면 약간 불편하게 느끼듯이 오히려 (문 대통령이 청년들을) 더 격식 있게 대하고 그런 느낌(이었다)”며 정부가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청년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정부가 ‘공정’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저는 그게 해석의 문제라기보다 공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모든 청년들이 단지 공정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 걸까라고 한다면 그것보다 훨씬 본질적인 불평등에 대한 얘기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불공정’과 ‘불평등’의 차이에 대해 “공정이라는 건 과정의 언어이자, 규칙의 언어로 규칙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다 알 수 있고 그 규칙이 규칙대로 잘 이행되었다고 하는 게 공정의 느낌”이라면서 “불평등은 ‘그래서 그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무엇이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보정한다는 게 공정에 가까운 방법이라면 불평등을 얘기하는 감수성은, 사실은 운동장에 들어가기 전에 게임 다 결정돼 있는 것 아니냐, 누구 밑에서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가 사실은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 경기 결과를 다 결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 라고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회의 공정을 예를 들어보면 모든 청년들에게 입사나 입시의 기회의 문이 공평하게 열린다 하더라도, 이를 준비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불평등이 이미 깔려 있다면 아무리 공정한 기회를 주더라도 결과는 불평등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의 주장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사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황제 복무’ 의혹 등을 바라보면 청년들이 여기서 분노를 느끼는 이유 역시 애초에 시작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불평등’의 감수성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은 이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때 담대한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말이 키워드라면서 “차라리 공정이라는 단어는 이 안에 없지만 (안전의 문제를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정말 안전하지 않다.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하는 게 기능하고 있지 않으니까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한 번만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수 없다고 많은 청년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튼튼한 안전망이 있다, 떨어지더라도 바닥이 있다, 받쳐줄 수 있다, 이런 시그널을 주는 게 차라리 훨씬 더 청년들께 말씀하시는 담대한 도전이나,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이 훨씬 더 많이 생길 거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장 의원은 “대결 구도로 뭔가를 얘기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지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며 “청년 대 기성세대라고 얘기하면 싸워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지금은 같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때”라고 했다.
아울러 “불평등, 지금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가 없다는 두려움, 우리나라 부동의 1위 자살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말 성찰해야 된다”며 “우리 정책에 있어서의 87년의 독재만큼이나 지금의 세대들에게 있어서 이것은(불평등의 문제) 정말 생존의 문제라고 하는 점을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면서 ‘불공정’에 예민해진 청년층을 위로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공정을 다 깨고 공정을 37번이나 얘기한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세워놓고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공정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